AI·빅데이터로 '리테일 테크' 실현
온·오프라인 곳곳에 VR·AR 도입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

▲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8월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에 AI 결제 로봇 '브니'를 도입했다. 사진=세븐일레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해 가장 많은 ICT(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한 유통기업이다. AI(인공지능)은 물론 빅데이터,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등 4차산업혁명시대 핵심 첨단 기술을 유통 계열사에 접목해 고객들이 매장과 집에서 편리하게 '스마트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했다.

이는 '뉴롯데'를 건설하는데 '디지털 전환'을 대표적 전략으로 펼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문이 담겨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국정 농단에 연루돼 약 8개월간의 경영 공백을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혁신을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복귀 후 투자와 M&A(인수합병), 사업 개편, 임원 인사 등 과감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서는 사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을 통한 적극적인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단순히 첨단 ICT를 일부 활용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모든 경영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사업구조에 적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롯데의 정교한 'AI' 기술

롯데그룹은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가장 앞서나가는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쇼핑 애플리케이션 '엘롯데'의 챗봇인 '로사'를 사용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로사는 IBM의 AI '왓슨'을 기반으로 고객의 구매정보와 행동정보, 관심정보 등을 수집하고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챗봇이다.

로사는 언어와 음성, 이미지를 모두 서비스한다. 키워드만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형 대화로 소통이 가능하다. 또 현재 인구통계학적 정보, 채널 별 구매 특성, 선호도 등 101가지 항목으로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신 패션 트렌드까지 꿰뚫고 있다.

다른 유통사의 챗봇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단발성으로 출시한 서비스에 불과하다면, 로사는 텍스트에서 음성, 음성에서 이미지로 서비스를 지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건대점에 VR체험존 '롯데 몬스터 VR'을 오픈했다. 사진은 고객들이 VR을 사전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는 이 같은 AI 기술을 편의점에도 적용했다. 지난 2017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오픈한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에 AI 결제 로봇 '브니(VENY)'를 탑재한 것.

브니는 AI 커뮤니케이션과 안면인식, 이미지·모션 센싱, 스마트 결제 솔루션 등의 기술이 적용된 로봇이다. TTS(Text To Speech·문자음성 자동 변환)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 지원이 가능하고 고객의 얼굴을 기억해 재방문 시 맞춤 접객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정맥 인증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되며 신용카드, 엘페이(L.Pay)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셀프 결제도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울산 롯데시티호텔에도 시그니처 4호점을 오픈하며 스마트 편의점 상용화 시대를 이끌고 있다. 핸드페이 서비스는 롯데하이마트 서울 대치점에도 도입됐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세븐일레븐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이상적인 미래형 편의점 모델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국 각 지역과 다양한 상권에서 미래형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행복충전소로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재밌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 밖에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TV 홈쇼핑 방송 상품을 최적의 조합으로 자동 편성하는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또 KT와 협업해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롯데슈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AI 장보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VR·AR로 물들인 온·오프라인

롯데그룹은 VR 기술을 테마파크뿐 아니라 쇼핑에도 도입했다. 롯데홈쇼핑은 가정에서도 실제 매장에 있는 것처럼 쇼핑이 가능한 'VR 스트리트' 서비스를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VR 스트리트는 입체(3D) 화면을 통해 매장 곳곳을 살펴보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정보를 확인한 후 구매까지 가능한 체험형 서비스다. 덴마크 디자인 스토어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뉴욕 디자이너 핸드백 브랜드 '조이그라이슨' 등 국내외 유명 플래그십 매장 6곳을 VR 기술을 활용해 그대로 재현했다.

이 서비스는 롯데홈쇼핑 모바일 앱, 인터넷 쇼핑몰 롯데아이몰에서 테마샵을 선택한 후 VR 스트리트를 클릭하면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매장을 선택해 바닥을 터치하며 실제 걸어 다니듯이 매장을 둘러볼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상품을 선택해 정보를 확인한 후 구매까지 가능하다.

롯데홈쇼핑은 또 가구 등 부피가 큰 상품을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는 'AR 뷰(View)'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는 3D 입체 화면을 통해 실제 원하는 위치에 구매하고자 하는 가구와 가전 상품을 가상으로 배치해 보는 체험형 서비스다.


롯데그룹은 온라인을 통한 가상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온라인에 몰리고 있는 젊은 세대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VR·AR 체험 공간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오픈한 '엘큐브' 홍대점 VR 체험관이 1020세대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끈 것에 힘입어 롯데백화점 건대점에 업계 최초로 VR 테마파크 '롯데 몬스터VR'을 오픈 한 것.

스마트 스토어 롯데마트 금천점에서 고객이 QR코드 스캔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롯데마트

영업면적 1천400㎡의 롯데 몬스터VR은 '몬스터 어드벤처', '몬스터 판타지', '몬스터 시네마', '몬스터 카페'로 이뤄져 있다. 기구는 1인승부터 12인승까지 다양하며 60개 이상의 VR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VR 플랫폼 개발 회사인 'GPM'과 1년간 연구개발을 함께했다.

몬스터 어드벤처는 실제 번지점프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번지점프' 등 야외 활동 관련 기구로 구성돼 있다. 몬스터 판타지는 제트기 탑승을 체험할 수 있는 '자이로 VR' 등 높은 층고를 이용한 기구도 설치돼 있다.

유형주 롯데백화점 MD 개발 부문장 상무는 "VR 테마파크는 기존에 백화점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로 많은 고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건대점 주요 고객인 20∼30대와 가족 단위 고객들의 집객과 체류 시간 증대, 새로운 문화생활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첨단 경영, '포장지' 아닌 '알맹이'

롯데그룹은 ICT를 매장과 쇼핑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와 채용, 인재 양성 등 그룹 전반을 운영하는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임에도 기업을 이끌어가는 뼈대와 내실을 다지는데 기꺼이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부터 전 계열사 서류전형 심사에 AI 시스템을 활용했다. 상반기에 먼저 백화점과 마트, 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서류전형 심사에 AI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던 롯데그룹은 대기업 중 AI를 통한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 시스템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우수 인재인지를 판별하는 '필요 인재 부합도 분석' ▲표절 여부를 통해 지원자의 진실성 및 성실성을 판단하는 '표절 분석'을 통해 평가한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e커머스 업계 1위 탈환을 위해 'e커머스 사업본부'를 새롭게 출범하고 지난해 하반기 AI와 IT 등 온라인 관련 전문 일자리 400개를 창출하기도 했다. 채용은 AI, IT,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총 4개 부문에 걸쳐 이뤄졌으며 세부적으로는 개발과 검색엔진, 개발공통모듈관리, 데이터베이스관리 등 29개 직무에서 인재를 채용했다.


>>>>>>>>>>>> 세 번째사진 (롯데-금천점QR) <<<<<<<<<<<

롯데는 또 매장 운영과 상담원의 효율적인 업무 실행을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4세대 미래형 종합 쇼핑 공간인 '옴니 스토어'로 운영되고 있는 롯데마트 금천점은 ▲QR 코드 스캔 ▲3D 홀로그램 ▲무인 추천 매대 ▲지능형 쇼케이스 ▲전자가격 표시기 ▲AI 청소 로봇 ▲무인계산대(SCO) 등을 배치에 매장 운영 효율을 강화했다.

롯데홈쇼핑에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자동응답시스템(ARS)'과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적용해 상담원들의 고객 응대 시간과 업무 시간을 단축시켰다.

신 회장은 진정한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서는 '고객'과 '가치'를 재정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필요와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야 치열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현재 우리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고객과 가치를 제로베이스에서 철저히 재점검해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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