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교육 커리큘럼, 결국 피해는 학생들의 몫"
"학벌 위주 채용, 아직 만연돼 있어"

▲ 류문상 호서대학교 패션/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사진=홍성인 기자

[일간투데이 홍성인 기자] "최근 채용 과정에서 학력 제한을 하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고 패션분야는 상대적으로 학벌에 대한 적용기준이 넓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학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

류문상(52) 호서대학교 패션/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22일 일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에 만연된 학력 위주의 풍토는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안타까움을 먼저 토로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고착된 부분을 누구 하나의 생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장벽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류 교수의 담당 학과인 '패션'도 출신 학교에 대한 선입견들이 있어 지방대 출신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류 교수는 '해외 대학 편입'이나 '석사학위 취득'이라는 것을 방법을 선택했다. 사회나 기업의 요구조건이 엄연히 변화하지 않는데도 교수가 학생들에게 학교에 입학했으니 학과 공부만 열심히 하면 사회에 나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일종의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서대 패션학과 학생 중에는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킹스턴칼리지, 브루넬대 패션경영대학원 등에서 학업을 지속하거나 졸업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학교는 영국 내에서도 인지도를 갖추고 있고, 출신자들은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호서대학교 패션학과의 해외 편입 시스템은 7학기 만에 학부를 마치고 1년을 유럽에서 공부해 4년 반 만에 학사와 석사과정을 모두 통과하는 형태이다. 해외 경력을 보다 중시하는 패션산업환경에서 해외 유명 대학 석사과정을 단기 안에 취득하는 것은 이들에게도 큰 경쟁력이다. 유럽은 우리나라와 미국과 달리 석사과정이 일 년이다.

류 교수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전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금적적문제와 영어에 편중돼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영국 유학을 위해 들어가는 학비와 체류비용은 대략 1년에 3천만원 정도(런던 기준). 하지만 프랑스나 독일 등의 국공립대학 진학 시 학비 없이 생활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불어나 독일어를 배우는데 부담을 느껴 영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 "패션… 옷만 만드는 학문 아냐"

류 교수는 일반적으로 패션에 대한 시각이 너무 편협하다고 지적한다.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파생되는 분야는 상당히 넓은데 일반적인 시각은 의류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교수들의 전공과 매우 밀접한 관계성을 가진다.

"우리나라 많은 대학에 있는 의류학과, 의상학과는 말 그대로 의류중심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무려 이미 수십 년 전 교수들이 학생일 때 책으로 학습한 학과의 답습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패션산업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패션은 포괄적인 학문이다. 의류는 패션이라는 범위에서 중요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다. 더욱이 의류산업의 침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그대로 실업자가 되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벤처라는 미화된 이름으로 코 묻은 자금과 경험으로 사업을 벌이다 초기에 중단하는 불행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산업 환경과 동떨어진 교육이 결국 낙오자를 양산한다는 것이 류 교수의 생각이다. 이어 그는 그런 교육이 반복될수록 산업 전반에 걸쳐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션 브랜드 제조업체를 만나보면 제발 가방 디자인을, 시계 마케팅을, 화장품 기획을 학교에서 가르쳐 달라는 요구를 자주 듣는다. 더구나 외국의 유명 패션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논문을 써대는 석사, 박사 출신 교수보다 실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겸직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패션이 의류에 국한된 것이 무슨 기초학문인양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들이 기업체와의 실질적인 협력마저 기피하는 이유로 보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탄스러울 때가 많다. 이는 곧 우리나라 국내 패션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이 아닌지 염려된다."

류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브랜드 육성에 대한 이야기 중 마케팅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상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결국 사장되고 만다. 잘 팔리고 이윤 있게 하려면 잘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만들 것 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다양한 거시환경과 소비자 욕구 분석 및 유통에 대한 최소한의 실무적 지식과 실습이 필요하다. 상품기획과 상권분석에 따른 손익예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새롭게 런칭된 쪽에서 흔히 잘나간다는 브랜드 중에는 품질은 별로인데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준비가 잘 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또 적절한 프로모션 전략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류 교수는 자신의 제자들은 이미 화장품, 시계, 보석 분야의 제조뿐만 아니라 유통 그리고 해외 브랜드에 까지 진출한지 오래라고 설명한다. 학교가 기업환경에 맞춰야지 기업이 졸업장 한 장 들고 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대졸자를 뽑아서 교육(OJT) 시키는 것은 이미 오래전 끝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학교와 사회는 이제 학생들에게 비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열심히 공부했을 때 그에 따르는 결과가 뒤따르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공서적 교육으로는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에 부합하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대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은 기업에서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패션은 '사람'이 곧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그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 역시 '사람'이고 또 그에 부합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좌우한다는 것이 류 교수의 생각임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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