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도는 한 사회의 선진국 지수로 통한다. 반(反)부패는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상시 규범이자 실천 과제이기 때문이다. 청렴도가 높을수록 공동체 내 법적 질서가 잡혀 있고, 흘린 땀에 비례해서 공정한 결과가 주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한 나라의 청렴도는 누구보다 공직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공직의 중요성은 특별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공직 진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원하는 사람 모두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지망자 중에서 공직에 가장 적합한 사람, 공직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하며, 수십 또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통과해 본인이 해당 공직에 적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공직 적합성이 강조되는 것은 공직자들이 공직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시민의 인권 보장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이, 나아가 지역공동체와 국가 발전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기에 그렇다. 이는 곧 청렴성에 기반한 공직기강의 중요성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럼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 우리 사회는 청렴도와 거리가 멀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51위로 최하위권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감사원 및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과 함께 공직 기강을 세우기 위한 상설 협의체를 구성했다. 현 정부 들어 주요 공직감찰기관이 참여한 상설협의체가 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체 출범을 위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주관으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이 참석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청렴성 제고 등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역할 분담을 한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기대가 적잖다.

도를 넘는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선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 사실 무개념 공직자의 일탈 현상은 몇몇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강해이란 부적절한 언행이나 갑질 행태만이 아니다. 복지부동이나 소극적인 행정 행태도 포함된다. 허튼 짓 안하고 제대로 일하는 것 그것이 공직 기강이다. 공직자 스스로 윤리 실천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근래 공직 부패가 보다 구체적이고 은밀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뇌물수수, 기밀누설, 채용․인사비리, 성비위, 예산횡령 등 중대한 범죄와 비리를 꼽을 수 있다. 적발된 중대비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음으로써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주고 기강을 확실하게 세우길 바란다.

다만 청와대가 주관한 이 같은 회의에 대해 감사원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은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 고유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는 게 아니다.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 차원서 부패와의 전쟁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여하튼 청렴성에 바탕한 선진국가 건설은 21세기 시대정신임을 인식하고 함께 구현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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