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듦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 법가 ‘한비자’는 이렇게 경책했다. 진정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수호자 '법조삼륜(法曹三輪)'. 사악함을 징치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를 지칭한다. 공공의 선을 구현하는 세 개의 바퀴는 유기적인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횡포와 겁박, 무성의한 재판과 판결문,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변호사 등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 결핍의 법률가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어디 이뿐이랴. 권력에 '아부'하는 법조인이 적잖아 세상의 '눈총'을 받은 지 오래다.

■법조인들 공공선 구현에 '역행'

법조삼륜의 추함은 현실에 존재함이 여실히 재확인됐다. 법조계가 대한민국 헌정사상 어느 해보다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한 해를 맞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4일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이다. 헌정사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됨으로써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록되고 있다.

검찰도 예외가 아니다. 검찰인사의 실무 책임자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안태근 전 검사장은 과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한 가장 많은 변호사를 보유해 국내 최대 로펌으로 평가받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전범 기업 법률 대리인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과 재판거래를 논의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근본적 법조 개혁의 필요성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사유는 사법행정권 남용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구속됨으로써 7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는 마침표를 찍고 죄의 유무와 처벌 수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펼쳐지게 됐지만 오늘의 법조 현실에서 주는 교훈이 무겁고 크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이 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계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결정적인 스모킹건은 '김앤장 독대 문건'과 '이규진 수첩' 그리고 '판사 블랙리스트'로 꼽힌다. 예컨대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원하는 청와대와 외교부 부탁을 받고 일제 강제징용 재판 절차를 늦춰준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법 변화시켜 국민 기대 부응해야

특히 검찰은 김앤장측이 작성한 문건에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의 한상호 변호사 등을 만나 일본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목적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고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등에 직접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이번 일은 누구보다 먼저 법질서 확립의 대상은 바로 법조인이라 데 심각성이 있다.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검찰의 횡포, 무성의한 재판과 판결문을 남발하는 법관,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변호사 등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 결핍의 법률가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형사 소송 1건당 50억' 등에서 보듯 현직 때 맺은 인맥을 활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건 단적 사례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화신인 양 사정(司正)의 칼을 맘껏 휘두르던 판·검사가 전관이 되어선 '법조비리의 대명사'처럼 전락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방화시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법조인의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

오늘 한국의 법조 현실에 대해 한비자는 이렇게 외치지 않겠는가. "나라를 다스림에는 늘 같은 게 없으니 세상에 따라 바꿔야 하고, 때에 따라 법을 변화시켜 백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治國無常與世宜 時移法變與民期)."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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