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부인,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근접비행에 따른 양국 간 '복합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와 역사 문제의 분리 대응, 정상 간 큰 틀에서의 해결 등이 요청된다. 일본의 잘못을 지적할 것은 명확히 하되 역사와 안보 이슈를 분리해 냉정하게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한·일 양국 정상이 올해 6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마주 앉아 큰 틀에서의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물론 문제 야기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다.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국격에 걸맞지 않는 거짓말을 한 게 들통 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예컨대 국방부는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P-3)가 해상 작전 중이던 '대조영함' 주변을 근접 위협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이는 일본이 위협비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해당 사진에는 일본 초계기가 고도 대조영함 상공을 초저고도로 위협 비행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때 레이더에 대조영함과의 거리 0.3마일(540m), 고도 200피트(60~70m) 등의 정보가 기록된 사진이다. 국방부는 관련 수치가 기록된 사진 2장도 함께 공개했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외국에서도 일본이 실체적인 증거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음을 일본이 의식하고 있음이다. "기계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일본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일본은 혹 국내정치용으로 이 같은 억지를 부리고 있지 않은 지 자성하길 바란다. 지난해 11월 아베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강경 입장을 내놓자 지지율이 50%까지 상승한 게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은 우리 해군 함정이 자국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지난 22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전보다 4.2%포인트 상승한 47.9%를 기록했던 것이다. 정치권과 달리 양국 국민들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27.6% 늘어난 294만 8천527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19.0%를 차지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간 연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설득력 없는 소모적 공세를 속히 접고, 상호 이익에 필요한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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