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 주최로 '원칙중심의 회계와 회계감사'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5월까지 '원칙중심의 회계 특별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매월 마지막주 열리는 이 행사에는 국내 유수의 학계·관계·업계의 회계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리며 회계학계 큰 논쟁이 벌어졌던 지난번 첫 회보다는 못했지만 이날도 언론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회계전문가들은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국내 회계감사 여건이 악화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88명의 실무 감사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감사환경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감사인의 판단영역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리 징계에서 감안하지 않는 점 ▲IFRS에 구체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기준원이나 금감원이 과거보다 사전 의견 표명에 소극적인 점 ▲회계기준은 복잡해지는데 피감사 회사의 IFRS 이해도는 떨어져 이를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외부감사인에 민사적 책임 뿐 아니라 형사적 책임까지 강하게 요구해 책임이 가중된다는 점 ▲절대적인 감사 투입 시간의 증가로 감사인의 삶의 질이 하락했다는 점 등이 꼽혔다.

이 조사결과에는 원칙중심의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회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별 감사 항목도 적시됐다. 대표적으로 이번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논란에서 쟁점이 됐던 '실질지배력의 판단 및 연결범위의 산정'과 '비상장법인 주식의 공정가치(시장가치) 평가'를 비롯해 ▲손상차손/수익의 측정 및 인식 ▲연구비와 개발비의 분류 및 개발비의 자산화 ▲유의적인 영향력(지분법 적용 대상) 판단 등이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 최근의 가상통화 열풍을 반영하듯 가상통화 가치평가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1년 여러 가지 우려에도 IFRS를 도입한 취지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현실에서 실적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주체는 기업 자신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에서처럼 IFRS에 대한 회의론도 나올 수 있겠지만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 회계학계·업계가 마주칠 미래의 도전과제를 선도적으로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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