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의 앞길에 풍랑이 거세다. 국내 경기의 오랜 불황에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경쟁력은 저조한 실정이어서 내우외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설상가상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좀처럼 큰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원만한 노사관계에 바탕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WEF(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개최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21일 공개된 인시아드-아데코의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2019'에서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는 125개국 중 120위로 2017년 113위, 지난해 116위에 이어 역주행이다. 노동시장 경직성을 보여주는 채용·해고 용이성도 76위·64위로 각각 7계단·1계단 뒷걸음질 쳤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거시경제·인프라 등이 포함된 '기본요인'과 '효율성 증진' 순위는 큰 변동이 없다. '기업혁신' 분야도 예년과 비슷하다. 정부 규제의 효율성·정책결정의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요인은 비교적 상승세다. 주목해야 할 바는 노동 및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이 전체적인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 분야의 경우 노사 간 협력 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고용 및 해고 관행, 정리해고 비용, 임금 결정의 유연성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런 현실에서 양대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하겠다고 밝혀 경제 위기 극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경사노위에 참여해왔던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로써 2월 내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현안을 마무리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설상가상 노동계는 다음 달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노동현안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국가경제를 생각하는 노선 재정립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근로자의 기본권리와 인권 신장,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정책 개발 등을 통해 한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작지 않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다고 자처하는 ‘촛불세력’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경제살리기 외면'에 나서고 있어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권 창출 기여'를 내세울 게 아니라 경제사회적 책임을 돌아보고 '공성신퇴(攻城身退)' 미덕을 생각하길 촉구한다. 공을 세웠어도 뒤로 물러나 전문성과 합리성을 갖춘 여타 인사들이 일하도록 배려하는 게 온당한 처신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재벌개혁 못지않게 시급한 게 노동개혁이다. 하지만 번번이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회초리를 들면 기업은 개혁 시늉이라도 내지만 노동계는 조직적인 저항으로 맞선다.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이 물거품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을 착취하거나 잘못된 경영주에 대해서선 노조가 앞장서서 분연히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 자숙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귀족노조는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을 두려워해야 할 때이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 있는 재벌·노동개혁이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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