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따라서 제조업 부진은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우려되는 대목은 대표적 제조업인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근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멕시코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Cracker:진퇴양난)'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에 소개된 것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03만대로 2017년(412만대)에 비해 2% 줄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국내 자동차 생산도 지난 2011년 466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좀처럼 생산량이 늘고 있지 않다.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2016년 중국, 2017년엔 인도에 밀렸고 지금은 멕시코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계열사인 기아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현대차는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와 인도로 옮겼다. 수출도 어둡다. 현대차는 국내산 자동차의 약 60%를 수출한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6년간 감소세다. 전년대비 47%나 급감해 21억6천만 달러(2조 4천200억여원)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부품 협력업체가 처한 어려움은 자율주행자동차, 차량공유, 커넥티드카,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자동차산업 회생'에 희망이 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기존 공장의 절반 정도의 낮은 임금 수준 공장을 만들고 지자체가 기반시설과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하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다. 광주시가 투자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자동차 산업기지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1년 하반기 생산 예정이다.

'한국형 슈투트가르트'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 1만여 명이 넘는 일자리 창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따른 제조업의 부활 가능성으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1990년대 실업률 9%대의 침체 속에서 제조업의 부활을 토대로 2000년대 경제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렸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투자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한 정규직 근로자는 1천여 명으로 계획됐다. 간접고용 인력까지 합치면 1만 2천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된다. 지방정부가 주도한 첫 일자리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제조업의 침체와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 속에서 지역 노동계가 대승적인 양보와 협조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과제도 적잖다. 세계 각국 차량 부품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하는 등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대차와 제휴해 반도체와 배터리 이외 부품을 만드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 검토하길 바란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역상생 일자리 모델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노사가 함께 일자리를 만드는 이 같은 사업이 열매 맺도록 예산이나 세제 등 지원체계도 면밀히 살피길 당부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상생 일자리 창출의 일반모델이기에 기대가 크다. 제조업 회생의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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