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감독·작가·배우에 대한 감상평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넷플릭스의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감상은 '서사는 매끄럽고 연기는 놀랍다'다. 

조선의 백성이 좀비가 되는 주요 사건의 발단과 전개는 흥미롭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장면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킹덤은 왕이 병에 걸렸다는 흉흉한 소문으로 시작한다. 영의정 조학주(류승룡)는 '이씨 위에 조씨가 있는 가상의 조선' 속에서 최고 권력자로 왕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의 위협 속에서 세자 이창(주지훈)은 조선을 살리고 왕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퇴임한 어의(御醫)를 찾아 동래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지고 이창 일행은 다른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감독과 작가, 특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성훈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와 '터널'에서 보여준 호쾌한 영상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특히 슬로우 모션, 과도한 색의 대비 등 국내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불편한 영상미'를 덜어내 각 장면의 담백한 맛을 살렸다. 때문에 안개로 뒤덮인 지율헌 전투, 좀비 떼에게 쫓기는 장면 등은 더욱 박진감 있게 느껴졌다. 

시리즈 곳곳에 숨겨진 반전도 볼만했다. 김은희 작가가 만든 중전(김혜준)의 반전, 안현대감(허준호)과 영신(김성규)의 관계, 좀비의 습성 등 이번 시즌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매력적이다. 지난 2016년 방영된 '시그널'의 후속편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고 해야 하나. 김은희 작가에게 붙는 ‘장르물의 대가’는 괜한 수식어가 아님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중심 잡은 류승룡, 어색하거나 무난하거나…혹은 기대되는 배우들

앞서 '연기가 놀랍다'고 평한 이유는 여러 의미다. 기대를 넘어선 배우들도 있었고 무난하거나 어색했던 배우들도 있었다. 

우선 류승룡은 기대를 넘어섰다. 그가 연기한 악인(惡人) 조학주는 궁궐 안팎 인물의 갈등과 분노의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의 긴장감을 이끌 내공을 가진 연기자가 적임이어야 했다. 처음 그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물음표를 던졌던 것은 사실이다. 사극에서는 '광해'의 허균 이미지가 강해 악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杞憂)였고 그는 걱정을 기대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였다.  

세자 이청을 연기한 주지훈은 무난했다. 권력에 눌려 제 힘을 쓰지 못하지만 백성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세자를 튀지 않게 연기했다. 만약 그가 조학주, 좀비보다 강한 인물이었다면 킹덤은 '스티븐 시걸'이나 '드웨인 존슨'풍의 1인 히어로물이 돼버렸을 것이다. 

다음으로 배두나의 '사극 톤'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사도'의 송강호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왕의 어투로 연기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둘의 연기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사극 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서비의 연기가 그런 의도라면 우선 함께 여정을 떠나는 이창 일행과 '조화'여부부터 살펴봐야할 것 같다.  

가장 논란이 됐던 배우는 중전역의 김혜준이다. 궁궐 안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녀의 연기는 중전 머리에 얹은 가채처럼 버거워 보였다. 조학주가 관련된 또 다른 갈등을 도모하는 인물이었기에 복합적인 감정을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만 했다. 하지만 궁궐 안에서의 정적인 장면에서도 연기는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했다. 

이외 김상호, 진선규, 김성규, 그리고 허준호는 극을 촘촘하게 메워준다. 굳이 연기력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배우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범죄도시의 '위성락'과 '양태', 배우 진선규와 김성규는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이 조합이 범죄도시 '장첸'의 광기를 배가시켰던 것처럼 킹덤에서는 이창-안현대감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줬다. 다음 시즌 더욱 기대되는 인물들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시도와 전개만으로 높은 점수…넷플릭스의 방식이 영향을 끼칠까 
 
'킹덤 시즌1'은 시도와 전개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좀비들의 연기는 '부산행'이나 '창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더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극찬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다음 시즌이 돼야 제대로 평가받을 것 같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다음 시즌에서 매끄럽게 회수 돼야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름을 떠올린다면 괜한 걱정이겠지만 자칫 뿌려진 떡밥에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면 불편한 '좀비물'로 남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 방식의 변화도 '킹덤' 평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는 TV를 통했던 기존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가 가질 긴장감의 깊이도 다르다. 이것이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킹덤'은 더욱 날카로운 잣대로 회자되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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