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한 양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며 이들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함께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 1년 5개월 만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전·현직을 통틀어 사법부 수장이 범죄혐의를 받아 기소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이 기소 이유로 밝힌 혐의를 보면 '법조 개혁'이 시급함과 함께 부끄러운 사법 현실에 참담함을 가늘 길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내용이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담은 공소 사실은 지난달 24일 구속 때와 마찬가지로 40여개 안팎의 혐의다.

주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등을 둘러싼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법관사찰 및 판사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를 통한 비자금 3억 5천만원 조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제 기소됐기에 특별한 상황변경이 없는 한 3심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최종 법의 심판이 내려지겠지만 사법부 수장의 형사 재판 자체가 안타까움을 넘어, 선진 사법정의 구현의 절실함을 교훈으로 일러주고 있다.

문제는 사법부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검찰인사의 실무 책임자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안태근 전 검사장은 과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한 가장 많은 변호사를 보유해 국내 최대 로펌으로 평가받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전범 기업 법률 대리인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과 재판거래를 논의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른바 판사·검사·변호사로 구성되는 '법조삼륜(法曹三輪)'의 총체적 비리 혐의가 여실히 드러난 게 최근 상황이다. 근본적 법조 개혁의 필요성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번 일은 누구보다 먼저 법질서 확립의 대상이 바로 법조인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검찰의 횡포, 무성의한 재판과 판결문을 남발하는 법관,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변호사 등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 결핍의 법률가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사악함을 징치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본분에 충실한 법조인상을 구현해야만 수사와 판결의 정당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위한 고뇌와 번민을 하는 법조인이 그리운 이유이다. 양심과 법의 존엄을 실천하는 법조 구현에 힘써야겠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