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기본적 민주주의,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린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제도는 점점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묻지 마 공무원 증원'에 목을 매는 단체장들이 적잖아 재정이 거덜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가 지난해 증원한 공무원 수가 2017년의 22배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편승해 공무원을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도별 공무원 증원 반영 현황'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16곳은 지난해 공무원 5천489명을 증원했다. 이는 각 광역자치단체의 작년 공무원 증원 인원(237명)보다 22.2배 많은 수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6년 총 증원 인원(1천468명)보다도 3.7배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지방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공무원 17만 4천명 확충과 맞물려 지자체에서도 묻지 마 증원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올해부터는 인구나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농어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직 확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가 '시·군·구의 기구설치 및 직급 기준'을 마련해 자치단체마다 자율적으로 실·국 단위 행정조직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전에는 인구 10만명을 넘을 경우에만 국을 둘 수 있었다.

예컨대 경북 영양군의 지난달 인구는 1만 7천여명이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중 울릉군을 빼면 가장 적다. 그런데도 영양군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1실·10과·1 사업단인 행정조직(본청)을 2국·12과 체제로 확대한다. 국 2개와 담당(팀) 6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정원도 지금(478명)보다 16명 늘어난다. 대도시 1개 동에 불과한데도 '맘모스형 행정조직'이 되는 셈이다.

자치단체의 몸집 불리기는 공무원 증원과 대대적인 승진 잔치로 이어지게 된다. 당사자인 공무원은 물론 '표를 먹고 사는' 시장·군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의 실·국 설치 허용에 대해 지방분권 차원에서 조직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차원이지, 몸집을 불리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방만한 조직운영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 Law)'이 우리에게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무원 수와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규제와 간섭이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민간의 자율과 경쟁을 저해하는 '큰 정부'를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중앙정부는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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