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언제쯤 맑고 향기로운 바람만 불까. '부정부패'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즈음일 것이다. '순도 100%' 청렴 사회다. 아직은 거리가 멀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8년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45위다. 1년 전보다 6계단 상승했으나 아직 하위권이다. 한국의 CPI는 2009년과 2010년 39위를 기록했으나 2011년에 43위로 내려간 뒤 2015년까지 40위권에 머물렀고 2016년에는 52위로 대폭 하락했다. 다행인 건 2017년엔 51위로 조금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경제력 등 국력에 걸맞게 10위권엔 들어가는 게 우리의 위상에 맞다고 할 수 있다.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공직자 부정비리는 사회 기본질서를 무너뜨린다. 반(反)부패는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상시 규범이자 실천 과제다. 청렴도가 한 사회의 선진국 지수라고도 하는 이유이다. 청렴도가 높을수록 공동체 내 법적 질서가 잡혀 있고, 흘린 땀에 비례해서 공정한 결과가 주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인식지수 180개국 중 45위

관리의 부정 축재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에선 아예 부패한 관리를 '낮도둑(晝賊)'이라고 불렀다.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자 청백리인 이기는 함경도의 수령들이 가혹한 징수와 혹독한 형벌을 일삼아 낮도적이라 불렸다고 문집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었다. 또 성균관에 대해선 '조정에서 낮도둑을 모아서 기르는 곳(朝廷聚會晝賊而長秧之處)'이라고 기록했다고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백성 등골 빼먹는 공직자', 국민은 더욱 고달파지게 마련이다. 개혁의 시급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산의 외침을 들어보자. "탐학질 하는 풍습이 노골화돼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충신지사가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만 있겠는가(貪風大作 生民憔悴 蓋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 斯豈忠信志士 所能袖手而傍觀者哉)."

부패한 조선후기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짓겠다는 뜻으로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는 덴마크와 뉴질랜드, 핀란드는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차례대로 1·2·3위를 차지한 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 특히 공위공직자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넓고 크다. 때마침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할 수사기관의 윤곽이 드러났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법무장관에게 권고하고 관련 법률 제정안 초안을 공개한 것이다.

■공수처 설치 등 법·제도 정비 시급

고위공직자들은 솔선수범해 '눈먼 돈'을 멀리해야 한다. '목민심서'는 이렇게 경책한다. "술을 끊고 여색을 멀리하며 노래와 춤을 물리쳐서 공손하고 단정하고 위엄 있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할 것이요, 유흥에 빠져 거칠고 방탕해져선 안 될 것이다(斷酒絶色 屛去聲樂 齊?端嚴 如承大祭 罔敢游豫 以荒以逸)."

선진국은 경제수준 못잖게 윤리지수가 높아야 한다. 필요충분조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 실행 도구를 도입하길 바란다. 민관협력 반부패 거버넌스 확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공공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제도정비 및 점검 강화, 청탁금지법 등 강화된 청렴기준 정착, 공공분야 '갑질' 근절,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리체계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 염원을 담는 청사진을 국가혁신의 시금석으로 삼길 기대한다.

나라가 어지러운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권부(權府)와 그 주변에 빌붙어 있는 소수 모리배들이 패거리를 지어 '우리끼리 이 즐거움 영원히∼!'를 외치며 엉뚱한 짓을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양심이 마비돼 세상이야 어찌되든 끼리끼리만 장단을 맞추고, 힘없는 백성은 생명 보존이라는 동물의 본능에 애태우다 기초적 삶의 질조차 돌아볼 여지가 없는 현실이라면 척박한 그 땅에 남는 것은 탄식과 절망뿐일 것이다. '정치성 배제된 적폐청산'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겠다.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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