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아침에 눈이 온다기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모두 녹았다. 올해 LG전자 스마트폰의 앞날에 놓인 장애물도 이번 눈처럼 모두 녹았으면 한다."

권봉석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HE(홈 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해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시점이 공교로웠다.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시리즈와 '5G(5세대 이동통신) 폴더블폰' 언팩(공개)행사를 하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폰 'LG V50 ThinQ(씽큐) 5G'와 LTE 프리미엄폰 'LG G8 ThinQ' 언팩행사가 계획된 LG측의 삼성 견제의도가 읽힌다.

LG는 이날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5G 서비스를 발 빠르게 대응해 브랜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권 본부장이 소개한 스마트폰 사업전략은 시장 선도자라기보다는 판세 관망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프리미엄 제품군인 V·G, 중가대 Q, 실속형 X시리즈 등 기존 브랜드체계를 유지하기로 했고 5G와 4G폰은 5G 시장 성숙도에 따라 출시 비율을 조정한다는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강조하는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뚜렷한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애플 '노치(notch)' 디자인 때처럼 삼성이 미는 '홀(hole)' 디자인도 자체적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 올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폴더블폰은 그 보다 더 진전된 롤러블 기술도 가지고 있다고 대응하는 식이다.

일찍이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스승에게 "여기에 옥이 있다면 갑 속에 숨겨 두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쳐주겠다는 상인을 찾아가서 파시겠습니까(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라고 물었다. 스승에게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공자는 "내다 팔아야지! 내다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쳐줄 상인을 기다리고 있다(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논어> '자한(子罕)'편)라고 답했다.

LG전자는 좋은 값을 쳐줄 상인을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좋은 기술을 꼭꼭 숨기고 있는 것일까.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흩날리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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