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의사를 대표해 협상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정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고 각 정파의 지도부는 제 역할을 외면하는 등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런 정치 현실이자 국민 분노를 부르는 정치인들의 '배임 행위'이다.

올해 첫 임시국회인 1월 국회가 여야 대치 속에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한 달째 이어지는 여야의 '네 탓 공방'에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두 달째 지속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는 1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48일 동안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임시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짝수달(2·4·6월) 1일에 30일 회기로 자동으로 열리기에 1월 임시국회가 끝난 17일 이후 3일 이내에 재소집되지만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여야의 의사일정 합의가 필요하다.

국회엔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법안, 카풀 도입 등을 위한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 법안,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등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당초 '1월 합의 처리'를 약속한 선거제 관련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국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청와대 특감반원 폭로' 관련 특별검사제 도입,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국정조사,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관련 국정조사,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 철회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하나도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논란'도 국회 경색을 더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특별활동비를 꼬박 지급받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1월 임시국회 회기 30일 동안 일은 하지 않으면서 1인당 94만원, 전체 의원(활동 중인 291명 기준)에겐 2억 7천377만여원이 지급된 것이다.

물론 여야 간 쟁점이 있는 건 당연지사이지만, 생산적 토론과 타협을 통해 이러한 사안들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수렴하고 녹여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국회의 본령 회복이 절실하다. 안보와 경제 등 어느 부문이든 안심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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