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이머이의 성공은 결국 대미 관계 개선이 핵심 변수였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제재 전면해제를 발표한 데 이어 국제사회 지원이 본격화하면서 경제성과가 가시화했다. 이는 앞서 베트남 정부가 1989년 캄보디아에서 병력을 철수해 미국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대미 관계개선에서 북한의 '선배 국가'다. 미국과 철천지원수였지만 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했다. 그것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지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전략적 관계까지 맺고 있다. 개방으로 엄청난 경제·사회 변화를 겪으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행보를 하는 베트남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공산당 일당 지배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하기를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북한도 신속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고, 대미 관계를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함을 뒷받침한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버린다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앞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일주일간이 북한 비핵화의 중대 고비다. 정부는 미국과의 굳건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전 양국 실무책임자 간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가 있길 기대한다.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치를 조기에 취하는 게 북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사실을 재 환기시키고자 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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