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200, 199, 198, 197… 식당 키오스크의 줄어드는 숫자에 마음이 급해진다.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총 200초 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 버튼을 잘못 누르기라도 하면 계속해서 결제를 진행해야 할지 아님 줄을 다시 서야 할지의 기로에 서서 깊은 갈등을 하게 된다. 기계는 왜 자꾸 멀쩡한 지폐를 뱉어내는 것일까.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식당 등에도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있다. 때론 젊은 세대도 사용하기 어렵다는 키오스크에는 큰 글씨 기능이나 음성 안내·인식 기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령층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이후 급격히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고령층은 '디지털 래그(Digital Lag·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명절에 매표소 창구에 줄을 서야 하지만 젊은 층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예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고령층은 경제적 혜택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명절 풍경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격차의 또 다른 사례로 '디지털 노동'이 등장했다. 이는 어른 세대가 그동안 미뤄뒀던 문서작업과 메일 정리, 인터넷뱅킹, 모바일 쇼핑 등을 명절에 만나는 젊은 세대에게 모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명절에 여자는 상차림, 남자는 디지털 노동에 시달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예매 등은 디지털 격차의 아주 사소한 사례다.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은행과 온·오프라인 간 경계를 넘나드는 O2O 서비스 등은 누군가에겐 분명 편리한 서비스지만 스마트폰을 쉽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딴 세상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만 65세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다.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이는 통계청이 예상했던 2020년보다 3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키오스크의 큰 글씨, 주민센터의 스마트폰 강의 증설 등이 이를 해소하는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다.

고령층이 디지털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사라질수록 세대 간 격차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반대로, 세계 어느 국가나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평등이야말로 우리나라를 4차산업혁명 선도국으로 한 발짝 이끌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