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어느 조직보다 투명해야 한다. 사회생활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과 목적을 위해 설치한 공적 기구나 조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합리적 객관성이 긴요하다. 인사는 기업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공공기관 인사가 부패 비리로 얼룩져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 충격적이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1천20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채용실태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8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하고, 315명에 대해 수사의뢰와 징계를 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를 보면 아연실색케 한다. 예컨대 경북대병원에선 응시자격이 없는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임의로 자격을 부여해 최종합격 시켰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채용 시 조카 또는 친구의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가 조사됐다. 온갖 비리 수법이 다 동원된 셈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뿌리가 깊다. 518명 신입사원의 95%(493명)가 부정청탁으로 합격한 2012~13년 강원랜드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서류심사로 합격권과 먼 지원자가 최종합격자 명단에 포함된 사례 등 인사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은행 등 일반기업의 인사 채용 실태에서도 '악취'가 진동한 게 최근 일이다.

참으로 개탄스런 한국 사회 현실이다. 미래세대인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인사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및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수사의뢰·징계대상 281명 직원은 업무배제하고, 부정합격한 당사자가 채용비리에 직접 가담해 기소될 경우 즉시 퇴출 조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재조사, 부정합격자를 더 가려내길 바란다. 물론 부정행위로 인해 채용단계에서 응시 기회를 제약받은 피해자 55명(잠정집계)은 각 기관별로 피해자 특정 가능 여부를 파악해 빠른 시일 내 구제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엿장수 마음대로'식의 인사채용 작태를 보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형사고발 등 강력한 후속대처를 해야 한다. 인사채용 정의를 확립하려면 진상 파악과 엄중한 문책이 필수적이다. 부패 비리자에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