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서 외주업체 근로자 '참변'
같은 현장서 12년새 36명 사망
노동계선 '죽음의 공장' 악명

▲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중계타워의 21일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지난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 씨 사고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수면위로 오른 가운데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 당진시 송악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전날 50대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이 모 씨(50)가 작업을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통과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제 2의 김용균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채 가라앉기 전에 일어난 참극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0분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무자 이 씨가 동료 3명과 함께 컨베이어벨트 표면 고무 교체작업을 하던 중 인근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컨베이어벨트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다.

작업 중 부품이 바닥나자 공구창고로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갔다가 옆 라인에 있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변을 당했다. 이 씨가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공구창고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사라진 뒤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찾아보니 옆 컨베이어벨트 밑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는 게 동료들의 경찰 진술 내용이다.

문제는 사고가 일어난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7년부터 10년 동안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숨진 노동자만 33명에 이른다. 이 중 2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다. 지난해 2명이 사망한 사고까지 합치면 12년 사이 모두 36명이 숨졌다.

당진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재차 발생하면서 현대제철은 산업 현장의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동계에서는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현대제철을 '죽음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이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두고 '위험업무 외주화' 때문이라고 짚었다. 원청이 위험한 업무를 현장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외주 업체에 떠맡기면서 안전 교육을 부실하게 한 데 따른 예고된 참사라는 것이다.

조정환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21일 일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위험한 업무를 외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현장에 대한 정보가 낮은 외주 업체가 현장에 근로하는 환경 자체가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된 것이며 원청에서 안전 교육을 형식적으로 하다 보니 이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지에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전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에는 "경찰 조사가 나오는 데로 입장을 표명하겠다. 현재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앞서 지난달 23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원-하청노동자 간 급여와 복리후생에 차별이 심하다며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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