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지방화는 시대 흐름이다. 글로벌과 로컬의 시너지, 이른바 글로컬(Glocal) 시대다. 지역 특성을 살린 상품과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야말로 선진국 형 지방자치의 모델인 것이다.

문제는 국민 63%는 '지방자치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는 필요한데, 중앙집권적 행정체계, 단체장과 지방의회 행태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이율배반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천명했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격차를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시적 성과도 적잖다. 지난해 12월 8일 2019년도 정부예산과 지방세법 등 예산부수법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수원·고양·용인·창원 만시지탄

단계적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해 지방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2022년까지 7 대 3으로 만들되, 장차 6대 4까지 갈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가장 어려운 재정분권을 통한 자치분권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정부는 100만 이상 대도시인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에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시를 부여했다. 189개 사무 권한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되는 등 자치권이 확대된다. 다만 행정적 명칭인 만큼 특별시나 광역시와는 달리 도시 명칭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특례시 지정은 만시지탄이다. 앞으로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얼마만큼 위임 시켜줄 것인가가 과제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법령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와 조례로 위임 시킬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여전히 남은 숙제인 것이다.

사실 특례시 지정은 만시지탄이다. 현재는 광역인 도가 모든 일을 선도하고, 기초지자체는 거기에 맞춰주는 식이다. 100만명 급 대도시엔 안 어울린다. 경기 수원시(125만명)는 울산광역시(115만명)보다 인구가 많고 인프라와 인적 자원 다 충분한데 오로지 권한만 안 준 상태다. 울산시는 수원시보다 예산과 공무원 수가 2배다. 울산시민이 받는 사회복지 비용이 1인당 140만원 수준인데, 수원시는 기초 지자체라는 이유만으로 68만원 수준에 그친다. 행정서비스는 물론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온당치 않다. 한데 곧 100만 도시가 되는 경기 성남이나 부천도 이에 해당한다.

■지역균형 차원 청주·전주 고려를

덧붙여 충북 청주나 전북 전주처럼 광역시가 없는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청 소재지도 특례시로 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전주시와 청주시 경우 인근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실제 생활인구와 행정수요는 100만명에 달한다. KT와 SKT가 지난해 전주 지역의 생활인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93만 6천여명, 최대 125만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게 뒷받침하고 있다.

정책 결정과 행정수행을 하는 관공서 등 주요기관 분포의 경우 전주시내 기관수는 264개로 인구 100만 도시인 고양(135개), 수원(184개), 용인(128개), 창원(261개)보다 훨씬 많고 광역시와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 사업체는 5만9천 곳으로 인구 100만이 넘는 용인시(4만 8천 곳)보다 많고, 고양시(6만 3천 곳)와 엇비슷하다.

이처럼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광역시 수준이지만 주차 문제나 쓰레기처리 등 이를 감당할 재정과 공공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와 지방화시대에 걸 맞는 자치분권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획일적인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만 부추기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선진국이 자치분권을 한 게 아니라, 자치분권을 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됐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국회의 법적 뒷받침이 요청된다. 국회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관련 개정법안이 제출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힘써야겠다. 풀뿌리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요체임을 국회와 중앙정부가 인식하길 기대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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