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금융은 경제에서 인체의 피와 같은 존재인데, 우리의 금융은 경색된 시스템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선 진입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신규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 금융회사들의 과점이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돼 혁신 추구보다 현실 안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산업의 진입장벽 완화 등 규제 개혁은 화급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등을 통한 금융산업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금융 당국과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규제와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핀테크란 모바일 결제와 송금, 개인자산 관리, 클라우디 펀딩 등 금융과 IT(정보기술) 융복합형 산업을 말한다. 그럼에도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전 세계 100위권에 드는 업체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말하지만 유야무야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기업 경쟁력 등을 뒤처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게 적잖다. 네이버는 일본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 라인에 7천517억원을 투자한다.

일본 라인은 모(母)회사의 투자금에 일반 투자자 자금까지 1조 5천억원을 확보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와 보험·대출·증권과 같은 핀테크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카카오도 지난 해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개발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설립했다. 설립 후 4개월간 직원 약 100명도 채용했다.

이런 현실에서 마침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 금융 결제망을 핀테크 기업에 전면 개방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국민이 간편 앱(휴대전화 응용프로그램) 하나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긍정 평가할 만한 개혁 조치다.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융 결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 인프라를 적극 개방하는 단안으로서 핀테크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금융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신한·KB·우리·하나·BNK·DGB·JB 등 금융지주 회장과 IBK기업은행장, NH농협은행장,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회장, 은행연합회장, 금융결제원장 등이 참석했기에 핀테크 기업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빠르게 커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핀테크는 한때 유행처럼 지나갈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금융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큰 변혁의 물결이다. 2000년대 초 IT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IT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우리 금융산업도 금융과 IT의 융·복합화로 새롭게 도약해야 할 때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투자자 보호문제는 정보보안 등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되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 금융 결제망을 핀테크 기업에 전면 개방하는 조처는 뜻 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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