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차(SAIC)와 채권단이 28일 쌍용차 매각 본계약을 체결, 쌍용차가 수년간의 '떠돌이' 생활 끝에 '주인찾기'에 성공했다.

상하이차는 앞으로 쌍용차의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어서 쌍용차의 조기 정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탄력받을 전망이다.

특히 쌍용차는 상하이차의 풍부한 자본 및 글로벌 네트워크망을 통해 기존 내수 위주의 판매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쌍용차 매각 협상은 노조측의 매각 위로금 요구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으나 노사는 28일 오전 매각 위로금 문제에도 전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편 이번 매각가는 주당 1만원선으로 당초 우려됐던 헐값 매각 논란은 불식시켰으나 일각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 및 중.장기적 설비 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쌍용차 '주인찾기' 골인 = 채권단은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 지분 48.9%를 주당 1만원, 총 5억달러에 상하이차에 매각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 그동안의 매각 작업에 종지부를 찍는다.

상하이차는 경영진.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키로 했으며 R&D 및 시설 등 지속적 투자도 단행키로 했다.

쌍용차는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96년부터 주인찾기 작업을 시도, 국내외 기업과 의 접촉을 거쳐 98년 대우그룹에 편입됐으나 대우차 부도사태로 함께 어려움을 겪다 두 차례나 워크아웃을 거치면서도 매각은 공전을 거듭해왔다.

채권단은 2차 워크아웃 종료를 앞둔 작년 11월 다시 매각에 나서 공개경쟁입찰 에 붙였으며 GM과 상하이기차, 란싱 등 다수 업체가 경합을 벌인 끝에 란싱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돼 한 때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 보였다.

그러나 란싱그룹이 지난 3월 중국 정부 승인 문제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채권단은 곧바로 인수 희망업체들과의 물밑 접촉 작업에 착수, 지난 7월 상하이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본협상을 진행해왔다.

채권단은 계약의 구속력 강화를 위해 매각대금의 5% 가량을 이행보증금으로 받기로 하는 한편 매각 협상 결렬에 대비, 미국계 전략적 투자자가 포함된 미국 연기금 펀드를 차순위협상자로 지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확보해 뒀다.

또한 뒤늦게 사우디아라비아 술탄 왕자가 인수 의지를 표명하면서 채권단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다소 넓어진 상태였다.

막판 줄다리기 끝에 결정된 최종 매각 가격인 주당 1만원은 현 주가(7천원대)를 크게 웃도는데다 채권단의 출자 전환가(1만1천원)에 근접하는 것이어서 헐값 논란은 일단 불식됐다.

한편 상하이차가 노조의 특별협약 체결 요구를 수용, 노조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매각 위로금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으나 상하이차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은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는 이날 오전 매각위로금 폭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는 란싱의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해 노조와 직접 대면하는 등 노조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 쌍용차, 글로벌 기업으로 '비상' = 상하이차의 인수로 상하이차의 자본과 쌍용차의 기술력, 광활한 중국 시장이 3박자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쌍용차의 정상화 작업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날개를 달게 됐다.

상하이차는 중국내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쌍용차의 현지 판매를 비약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일단 쌍용차의 중국 시장 확대가 가속페달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상하이차는 인수를 추진 중인 영국 MG로버사의 영업망을 통해 쌍용차의 유럽 수출을 늘리고 상하이차 및 MG로버사의 플랫폼도 쌍용차에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상하이차는 영국 MG로버사가 독자 인수를 추진했다 포기한 대우차 폴란드 공장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상하이차는 GM대우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어 GM대우와 쌍용차간 직.간접적인 협력 관계도 기대되고 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의 자본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어 강점을 갖고 있는 RV(레저용 차량)의 국내외 강자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상하이차로서도 중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RV 부문 기술을 전수, 기술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전기를 찾게 됐으며 생산량 증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및 가격경쟁력 향상도 예상되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차는 폴크스바겐, GM과 현지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엔진, 트랜스 미션 등 핵심 기술 전수에서는 배제돼 왔다.

쌍용차는 '주인찾기'를 통해 회사 중.장기 비전을 차질없이 수행, 2007년 40만대 생산체제(내수 20만대, 서유럽 수출 10만대, 중국 수출 10만대)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RV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재 20% 수준인 수출 비중도 2007년께 5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상하이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진입하려면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2008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쌍용차의 자체 계획 이외의 추가 투자도 기대되고 있다.

앞서 상하이차는 △회사 중.장기 계획에 따른 국내 생산설비.판매.A/S.부품망 유지 확장 및 지속적 투자 △역수입 금지 △경영 자율성 및 브랜드 유지 등 노조 요구사항을 수용한 바 있다.

쌍용차의 수출 비중은 2000년 18.7%, 2001년 11.4%, 2002년 7.7%, 지난해 10.5%, 올 1-9월 21.7% 수준이다.

◆ 기술 이전 우려..향후 과제 = 이번 매각 작업 완료로 상하이차나 쌍용차나 '윈-윈' 효과를 얻게 됐지만 기술 이전 우려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넓은 시장과 풍부한 인력, 자본을 보유한 중국 업체가 '아킬레스의 건'인 기술력까지 확보할 경우 더더욱 맹위를 떨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비롯, 해외 시장에서 대대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메이커에게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하이차가 계약에 명시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지 여부도 앞으로 남은 숙제다.

상하이차는 고용보장 및 국내 시설. 생산 유지를 약속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인건비 등이 저렴한 중국 현지로의 생산 시설 이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국내 산업의 공동화도 우려되고 있다.

노조의 반발을 간신히 잠재우긴 했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상생적인 노사관계를 끌어나가야 하는 것도 상하이차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하이차 후마오위엔 총재는 "상하이차는 쌍용차보다 많은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GM, 폴크스바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미 최신 설비 등를 갖추고 있어 기술 유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며 "약속 사항을 잘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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