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참가
영화 '레옹'의 '마틸다' 소재
실크스크린 작품 선보여

▲ 김나리 작가

[일간투데이 홍성인 기자]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진행된다.

2008년 일본에서 시작한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는 홍콩과 서울에서 매년 두 차례씩 열렸으나 부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아트페어는 국내 갤러리들은 물론 일본, 중국, 싱가포르, 스웨덴, 미국 등 10개국 갤러리 60여 곳이 70여개 객실에 미술품이 전시, 장식될 계획이다.

이번 아트페어는 신예 작가들도 참여했다. 특히 신예작가 중 신선한 주제로 활동 중이고 작년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던 김나리 작가와 만나보자.

■ 어떤 계기로 호텔 아트페어에 참가했는가.

"작년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에서 열렸던 'AHAF'에 에이에프 컴퍼니 부스(디렉터 고은주) 에서 5개 대학 석·박사 연합전이라는 주제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이번 부산 'AHAF'에도 참가하게 됐다."

 

김나리 작가 대표작 'Matilda_42 x 75cm_Silkscreen on paper'(2019). 사진=김나리


■ 이번에 참여한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작가이기 이전에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우리는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나에게 기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치기도 한다. 우리에겐 다양한 표정이 있고, 다중적인 자아가 있다.

그것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 틀리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도 나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곤 한다. 때로는 더 무서운 내가 되기도 하고, 용감한 내가 되기도 한다. 존재의 모호함마저도, 표현해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만이 할 수 있는 주체의 연출법일 것이다. 이런 과정과 방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 '마틸다'라는 주제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마틸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한 소녀가 있을 것이다. 레옹은 고민했다. 그녀는 하나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나 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숙녀 같았고, 때로는 딸 같았다. 때로는 천사 같았지만 구원을 갈구하는 그녀의 상기된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레옹은 자기 앞에 악마가 서 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누군가를 대면한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열어주지 못해 망설이기도 한다. 내가 마틸다라는 세계로 걸어 들어간 것도 그런 망설임의 끝에 문고리를 돌린 것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또 다른 내가 서 있었다. 거울은 나를 비추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 마저도 알고 있지만, 도저히 그걸 피할 수는 없었다. 화려함으로 치장된 어두움은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 아인 죽었어요!'라고 짧게 전화를 끊고 나서야 마틸다는 살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분리감을 경험한 뒤, 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내 모습을 추적해온 기억이 한 꺼풀씩 벗겨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마틸다가 보여주는 존재의 모호함은 결국 시간의 흐름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문을 연다.

나의 작업 속에 항상 등장하는 마틸다라는 나의 캐릭터에 담긴 이름은 누구나 예상하는 바와 같이 뤽베송의 영화 '레옹'(1994)의 여주인공(나탈리 포트만 분)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가 모티브가 됐다.


영화 속에 마틸다는 웃는 얼굴과 찡그리고 있는 얼굴등이 혼재된 모호한 퍼스낼리티를 갖고 있는데 내가 작업에서 표현하고 싶어 하는 그 모호한 표정 속에 담긴 이중심리를 인형 같은 캐릭터 안에 그로테크스하게 담아보고 싶었다."

 

김나리 작가 대표작 'Alter Ego, Mixed Media'(2018). 사진=김나리


■ 이번 참가작 중 대표적인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주로 실크스크린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AHAF'에는 실크스크린 작품들 위주로 출품했다.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나의 캐릭터 마틸다의 얼굴들 위주의 작품들이다."


■ 향후 작가의 활동방향,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작업 초기에는 유화로 페인팅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작업 스타일을 바꾸면서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이번에 학교를 졸업하게 되서 3월부터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시간과 장소 제약이 많아 대형 설치 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는데 인형을 소재로 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많은 분들과 공유해 보고 싶다."

 

김나리 작가 대표작 ' Mueriae gardenⅡ, Mixed Media'(2018). 사진=김나리


▲ 작가:김나리

· 숙명여자대학교 일반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 2019 'AHAF', Paradise Hotel, 부산
· 2018 개인전 'Confession of Matilda', Gallery La Mer, 서울
· 2018 '고도를 기다리며', 요갤러리, 서울
· 2018 'AHAF', Grand Intercontinental Seoul Parnas, 서울
· 2018 '위나우전', 1898 갤러리, 서울
· 2018 '어른이', 갤러리 이앙, 서울
· 2018 'ART MARCHE', 스페이스 유니온, 서울
· 2018 '봄으로 가는 길목', 딜라이트 갤러리, 서울
· 2017 '제39회 컨테이너&재원전', 청파갤러리 제1전시실, 서울
· 2017 '위나우전', 토포하우스 갤러리, 서울
· 2017 미디어아트전 '아이마이웨이', 텐마인즈 하우스, 서울
· 2017 '제38회 컨테이너&재원전', 청파갤러리 제1전시실, 서울
· 2017 '일상 레코드', 희수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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