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조만간 열린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올해 들어 폐업 상태였던 국회가 4일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내기로 하면서 정상화 계기를 맞았다. 주요 법안 마련 등 과제가 산적한 현실에서 만시지탄이다.

이번 국회에선 윤리특별위원회가 특히 주목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대리인이자 독립적 신념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수탁자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도 적지 않다. 그에 걸맞는 의무, 곧 책임도 수반된다. 입법 발의, 예결산 심의 등 고유 역할 못지않게 수범적 언행을 보여야 한다.

현실은 아니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행태를 보여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오는 7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에 대한 각종 징계안을 논의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 '5·18 왜곡·망언 3인'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 거래' 의혹,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의 2016년 국정감사 때 유은혜 당시 민주당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성희롱 발언 등 징계안 18건을 이날 일괄 상정한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다. 20대 국회에는 이미 26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이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건의 징계안도 윤리특위에서 의결되지 않은 채, 23건은 특위에 머물러 있고 3건은 슬그머니 철회됐다. 19대와 18대에선 수십 건 가운데 각각 한 건씩만 징계안이 처리됐다. '있으나마나한 윤리특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회의원 징계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들 스스로 징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굳이 동료의원을 징계하는데 앞장서 서로 불편한 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징계요구 없이 징계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일정 수의 시민이나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있을 때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제도적 미비점도 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윤리심사 자문위원회가 있어 윤리특위의 요청을 받아 징계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만,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은 후 국회 윤리특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징계는 이뤄지지 못한다. 미국·일본보다 엄격한 '제적 요건'도 윤리특위의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과 일본은 재석의원의 3분의2 이상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의회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해 까다롭다.

윤리특위가 국회의원 잘못에 대한 경중을 따지기보다 각 당의 정략적 이익에 따라 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애당초 징계를 관철시키기보다는 제소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망신주기 용도로 이용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국회는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윤리특위의 처벌 규정부터 강화해야 한다. 본회의에서 의원직 제명안이 통과된 적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심사와 징계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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