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산업의 여건이 어려운데다 반도체마저 하향세에 접어들고, 설비투자 위축과 투자기회 고갈 등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 미국과 중국 경제 하락세에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대외환경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신성장 동력마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잿빛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투자·고용 등 부진한 지표와 소비·수출 등 견고한 지표들이 혼재돼 있지만, 전반적으론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주력상품마저 경쟁력 약화로 돌아서고 있다. 당장 우리 수출 비중의 20%를 상회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품목이 줄줄이 휘청이면서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반도체 가격은 25% 정도 급락한 탓에 올해 2월 수출이 2015년 1~3월 이후 47개월 만에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부진이 이어져 왔다.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며 수출 호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물론 반도체를 빼면 아직 수출 주력제품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철강, 석유제품 등도 중국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수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해외 진단도 비슷하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세계 거시 전망 2019∼2020'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올해 2.1%, 내년은 2.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의 2.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에 적색신호를 켠 것이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3%, 내년 2.5%로 각각 제시한 바 있다. 투자 사이클 약화와 글로벌 무역 감속이 경제 모멘텀을 해쳤다며 중국의 중간제품 수요 둔화,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요 침체는 수출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고용 성장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을 경쟁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겠다. 무디스는 이미 우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정책을 직접 거론, 단기적으로 투자 등 내수에 부담을 주고 인건비를 높여 일자리 감소를 지적한 바 있다. 무디스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기에 우리 정부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실패한 경제정책을 전환,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게 순서일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한국경제 회생 책무가 무겁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을 높이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포용성 강화는 시간을 두고 추진할 장기과제다. 침체 국면에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실사구시적 경제정책이 요청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혜 모으기에 나설 때이다. 정치권 또한 4차산업 육성 등 경제회생을 통한 고용 창출을 위해 법적 뒷받침에 힘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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