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홍정민 기자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이 일상화된 요즘. 최근 기자는 친구와 함께 미세먼지 이야기를 하던 중 인류는 점점 미세먼지에 적응하기 위해 코털이 길게 자라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를 단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지난 2017년 현재 한국과 같이 연일 지독한 스모그에 시달렸던 중국 베이징의 심각한 미세먼지를 알리기 위해 국제환경보호기구인 와일르에이드에서 영상 하나를 제작했다. 미래 베이징 주민이 숨쉴 때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코털이 머리카락처럼 길게 자란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 것.

영상 속 노인, 아기 심지어 강아지마저도 길게 자란 코털을 달고 베이징 거리를 활보한다. 대형 광고판과 TV에는 윤기나는 코털을 가진 모델이 등장해 코털용 샴푸를 선전하고 코털 전용 미용실도 등장한다.

이 영상은 “대기오염이 당신을 바꾸기 전에 당신이 먼저 환경을 바꾸세요”라는 캠페인 문구가 나오며 끝을 맺는다.

미세먼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바뀐 후손의 모습을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했지만 이대로 실질적인 대책마련 없이 환경이 변화지 않는다면 코털뿐 아니라 미세먼지에 저항하기 위해 온 몸에 있는 털이 길게 자라는 호모사피엔스 형태의 신인류로 역진화할 수도 있다.

올해 대한민국은 역대급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 수도권 지역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하지만 이렇게 대한민국이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뒤덮인 원인 중 큰 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넘어오는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국내에서 차량 2부제, 대중교통 이용,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 중단 등의 대책을 강구해도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미세먼지 고농도 시 한국과 중국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및 인공강우를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협의도 당장 시행은 어려워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항의글이 가득하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펼치는 것이 어렵다면 하다못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리며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마스크 등의 물품이라도 지원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