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영호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IMF 시절에도 홍대 변두리 삼삼오오 서울 직장인들의 발길이 바쁘게 오가던 쇠고기집이 있었다. 그 어렵다던 시절에 무슨 쇠고기냐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당시 회식도 쉽지 않았던 직장인 사이에서 삼겹살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 멀리서도 찾아오는 문전성시를 이루던 음식점이었다.

넓은 공터에 천막을 친 허름한 야외 매장에 즐비하게 서있는 낡은 드럼통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 켠에 겨우 자리를 잡고 소주 한잔을 들이켜면, 대충 썬 듯한 윤기 나는 붉은 고깃점이 울퉁불퉁한 스텐 접시에 소복이 쌓여 나오고, 기다렸다는 듯 빠른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구워주는 선배의 자신감에 찬 미소를 모두 반신반의하며 지켜보았다.

고소한 향기와 함께 선홍 빛깔 고기는 어느새 노릇노릇 구워지고,“아! 이렇게 맛있는 쇠고기 갈빗살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구나!” 하며 모두들 신기해 하던 비록 어렵던 시절이었지만 밤새 웃음꽃을 피우던 추억의 시절이었다.

한때 성업을 이루던 갈빗살집들은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중지 이후에 호주산 쇠고기로 대체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 해졌고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그 시절로부터 약 20년이 지나고 수도권에서 다시 하나 둘 눈에 띄는 음식점이 있어 메뉴판을 살펴보니 ‘소갈비살 1인분 9,900원’을 대표메뉴로 ‘소갈비맛있는집’을 강조하는 조선화로 집이다.

TV 프로그램에 가끔 나오는 평행이론이라고 할까? IMF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한 불경기에 회사에선 회식 한번 가정에선 외식 한번 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따듯한 화로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삼겹살보다 저렴하고 쫄깃하며 감칠맛 나는 육즙이 듬뿍 베인 쇠고기 갈빗살을 오랜만에 배불리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그 시절의 추억 때문일까? 아니면 요즘 말로 소확행이라는 단어처럼 언제나 힘들어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대다수의 서민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 때문일까? 매장에 가득 찬 손님마다 사연은 다르겠지만 많고 많은 음식점 중에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곳은 시대와 공감하는 메뉴를 최선의 가격으로 내어놓는 음식점인 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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