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차세대 반도체는 인공지능(AI)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무역 불균형의 개선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기술패권 전쟁이라는 해석이 많다.
AI 선두국가 미국은 기존 대학에 투자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AI단과대학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기업들도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글로벌 우수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다.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연구투자 규모는 지난 5년간 20억달러, 매년 4억달러 수준을 AI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출발은 늦었지만 AI 분야 투자 규모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중국 교육부는 올해 AI와 빅데이터 관련 학과나 전공 400여개를 각 대학에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개설될 전공들은 컴퓨터 응용공학, 정보·통신, 제어공학 등 AI와 관련 전문 지식을 가르친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IT기업들도 AI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 신시장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기술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 AI 특허, 인재, 투자에서도 후진국이다. AI 세계 특허에서 미국 47%, 중국 19%, 일본 15%, EU 10%이나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은 AI 기술자가 약 85만명으로 전 세계 AI 기술자 190만명의 절반에 가깝고, 중국은 5만명이며 AI인재를 육성하는 대학교만 20개다. 우리 교육부는 AI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 3개 대학에 10년간 190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발 빠르게 대처해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했던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 대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세계 129개국 중 경쟁국에 뒤진 25위로 평가해 '참담한 수준'인 우리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다. 우리는 먼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에 만족할 게 아니라, 10만 달러대 조기 진입으로 세계를 앞장서 이끄는 포스트 무버 선진복지국가 시대를 열어야겠다. 현 시점은 우리나라 경제·사회 발전의 변곡점임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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