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택시와 카풀업계의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45일 마라톤 협상 끝에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여당·택시업계·카카오가 지난 7일 서명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안'은 카풀 서비스 현행법상 취재에 맞게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허용하되,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제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카풀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국민의 여론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생존권을 호소하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4차산업혁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손질해 성장 토대를 마련해줘야 할 대타협기구가 카풀의 영업시간을 제안한 것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든 꼴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이미 출퇴근 시간대만 자동차 유상 운송을 허용해왔다. 두루뭉술한 시간대를 명확히 규정하면서 규제가 더 강화된 셈이다. 공유경제가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이런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진출을 선언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세계 최대 승차공유 업체 우버도 지난 2013년 국내에 우버택시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역시 같은 문제로 퇴출됐다. 미국 등 선진국과 동남아시아에선 이미 승차공유가 보편화됐다.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수년째 공회전만 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신산업 시장이 경쟁국에 선점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협의안에 이용자의 목소리가 빠진 것도 유감이다. 카풀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는 심야택시 승차거부와 불친절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안에는 시민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은 담겨있지 않다. 이용자의 이동 편익을 소홀히 한 채 업계 권익을 위한 민원만 해결하는 데 그쳤다. 카풀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사납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이라는 수확을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역할은 미래 신산업 육성을 통해 혁신성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산업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마저 든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을 통해 과감한 규제 혁파를 주도해야 한다. 공유오피스나 공유숙박 등 소비패턴이 바뀌는 가운데 제2의 카풀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성장을 주도하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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