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처를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한다.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후 "새로운 길"로 들어갈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북한 평양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우주발사체(SLV)를 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기지 재건 움직임 이후 높아져가는 북·미 갈등의 압력을 낮추고 대화·협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2일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기사를 통해 북·미 두 나라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자신들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하노이 선언' 무산 이후 처음으로 나온 '완전한 비핵화' 언급이어서 귀추가 초미 관심이다.

북한 입장에선 1년여 전으로 되돌아가 극단으로 치닫는 북·미 갈등을 원치 않고 어느 정도 비핵화 성의를 보인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풀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할 수 있다. 북·미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슈퍼매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을 연일 미디어에 등장시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함으로써 차후 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측도 동시에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위 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북한당국은 선대처럼 잘게 썰어 협상을 질질 끌면서 시간을 버는 살라미 식 '벼랑 끝 전술'이 이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질적 비핵화에 나서길 당부한다. 그동안 미국이 지목한 영변 외 핵시설은 작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보도된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야의 시각이 북한에 대한 기대에서 불신으로 기울고 있는 이유다.

이런 현실이기에 북한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치를 조기에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핵 폐기 리스트와 프로그램 등을 속히 제출하는 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의 생존과 번영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사실을 인식하길 북한에 촉구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