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343개 지역 협동조합 조합장들이 새로운 명함을 만들게 됐다. 13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농·축협 1천113곳,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 등 영예의 당선증을 받아든 인물들이다. 조합장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조합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합원들이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다. 사업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조합원 간의 상호부조에 있기에 새로 선출된 조합장들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이번 선거는 두 번째로 전국 동시에 치러졌고,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댄 탓인지 선거법 위반 행위도 상당수에 이른다. 선관위에 따르면 조합장선거 각 선관위에 접수된 위법 사례는 530여건이다.

유형별로는 ‘기부행위 등’이 201건(37.7%)으로 가장 많았다. 1회 때 기부행위 적발 건수는 293건이었지만 고발은 97건, 수사 의뢰는 30건, 경고는 166건이었다. 이어 '전화 이용 선거운동 규정 위반' 166건(31.1%), '불법 인쇄물 배부' 62건(11.6%), '정보통신망 이용' 25건(4.7%), '호별 방문' 18건(3.4%) 등의 순이었다.

조합장에 뽑히면 4년 임기 동안 억대 연봉 외에 이사회 의장에 대의원회 의장까지 맡는 등 막대한 권력을 갖게 된다. 선거 때마다 과열 양상을 빚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사·사업권도 쥐고 있다. 한데 금품으로 당선된 조합장이라면 농어민 조합원의 이익보다 자신의 본전을 뽑느라 이권에 눈이 멀 게 불보듯 훤하다. 선거사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하고 신속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수사당국은 금품선거·흑색선전·여론조작 같은 3대 선거범죄에 대해 '꼬리자르기'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배후를 끝까지 추적하길 바란다.

신임 조합장들의 어깨가 무겁다. 우리나라 농·수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갈 길이 멀다. 전 세계 농·어업 경쟁구조는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권력을 주무를 생각에 취해 있는 조합장이 아닌 진정으로 농어촌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혁신적인 사고 및 행동 방식을 체득한 조합장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몰려올 것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이고 힘을 키우려면 어떤 식으로 변화에 나서야 할지 조합장들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리한 사업추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임기 내에 업적을 남기고,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요량으로 무리한 사업을 벌여 조합을 파탄 낸 일 또한 적지 않다.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권한 범위 내에서만 집행하는 대리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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