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추혜선 의원·공정경제민생본부, '불공정·갑질 피해 증언대회' 개최
LG전자, 중소기업 개발 기술 이용 계열사에 복제품 생산

▲ 정의당 추혜선 의원(비례대표·정무위원회)과 공정경제민생본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불공정·갑질피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LG·삼성 등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특허기술을 탈취한 뒤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중소기업들은 회사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며 정책당국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개입과 시정을 촉구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비례대표·정무위원회)과 공정경제민생본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불공정·갑질피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불공정·갑질피해 증언대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먼저 지스톤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자사가 개발한 신·구 콘크리트간의 접합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콘크리트 공법은 유무기 하이브리드(혼합) 변성 에폭시수지를 모르타르(석회) 등에 섞음으로써 기존 방식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신·구 콘크리트간의 접합을 가능하게 했다.

이 회사 곽상운 대표는 "2005년경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도로교통박람회 전시 부스에 소개된 기술을 삼성건설 관계자가 둘러 본 후 삼성과의 거래가 시작됐다"며 "하지만 삼성은 처음부터 거래할 의사를 가졌다기 보다 기술 습득의 목적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고했다.

이어 "삼성은 2년 동안 8개 공사현장에서 등록절차를 밟으며 정상 거래를 하지 않고 현장 상황에 맞춰 기술 시연과 관련 자료 제출만을 요구했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은 노출됐지만 비용은 제대로 지불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스톤엔지니어링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무단으로 도용한 바 없으며 이는 객관적인 자료나 현장 검증을 통해 즉시 확인 가능하다"며 "지스톤엔지니어링과 기술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관련 비용은 정상적으로 정산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소자 SLIC IC 생산업체 연우이엔티 김창세 대표는 납품하던 원청업체인 LG전자가 계열사에 관련 복제품을 생산하게 함으로써 자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호소했다. SLIC IC는 전화기 사용자와 1대 1로 접속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장치로 가정의 일반 전화기나 공중전화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김 대표는 "2001년 LG전자(당시 LG정보통신)에 특허제품을 소개한 뒤 약 1년간 시제품을 제작해 유선통신 및 전송장비에 적용해 2002년 초 양산하게 됐다"며 "적용 당시 계약한 공급권 보장 및 최초 약소했던 2만4천원보다 월등히 저렴한 1만5천572원으로 공급했지만 공급권 보장은 무시되고 계속된 공급가격 인하 요구로 7천원대까지 인하하게 됐다"고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2012년 우연히 또 다른 납품 원청업체인 한국통신에서 우리 회사 제품인지 알고 불량 신고가 들어와서 살펴보니 LG이노텍에서 생산한 것이었다"며 "우리 회사 제품과 회로가 비슷한 복제품을 생산한 것을 알고 LG이노텍을 상대로 특허 침해에 따른 피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이어온 거래처인 LG전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그동안의 법률 대응에 따른 실비 금액을 받고 향후 상거래에 대한 보상으로 연간 매출액 100억원 정도의 합의를 했지만 LG전자는 근 1년 반을 갖은 핑계로 보상 시간을 지연했다"며 "대표이사인 저는 모든 개인 재산과 친인척의 도움으로 버티다 직원 급여는 물론 금융이자와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연장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결국 2015년 3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한온시스템의 하도급 불공정과 갑질 행위에 시달리다 납품중단을 선언하고 기업매각 협상을 진행했다가 되레 공갈죄로 형사고소된 대진유니텍 사례 ▲우리나라 유압실린더 시장의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디와이파워의 1차 협력회사인 한림테크놀로지에 갑질 피해를 당한 볼트·유압부품업체 와이디솔루션 사례 ▲한전의 불합리한 전기요금 산정방식으로 피해를 당한 광명특수금속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에 대해 박재걸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과장은 "공정위에 신고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법 적용이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2~3년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피해기업들의 양해를 구한 뒤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가 불공정·갑질 행위를 철저히 파악할 수 있도록 공정위 신고시 증거 하나라도 많이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보건 법무법인 다름 변호사는 "불공정·갑질을 하는 대기업은 평소에 법적인 문제에 대비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모아 놓는데 반해 피해 중소기업은 증빙 자료가 부실해 공정위 신고를 하더라도 구제받기 쉽지 않다"며 "납품 물량 약속 등을 받을 때는 약식이라도 서면 약속을 받도록 하고 녹음을 하는 방식으로 나중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추 의원은 "'권리를 주장할 권리'와 '부당함에 저항할 권리'가 없는 곳에서는 돈과 힘을 가진 쪽의 갑질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증언대회를 열어 갑질 피해자들의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는 관련 입법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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