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사관·언론진흥재단, '디지털시대 저널리즘 미래' 세미나 열어
먼로 BBC본부장, "일반 시민, 정보제공 역할" VS "한국, 시민기자 잘 운영돼"·"기성언론도 가짜뉴스 주의해야"

▲ 주한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디지털시대의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영 언론 교류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사진=주한영국대사관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첨단 스마트 기기와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으로 시민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과 일상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대중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잘못된 사실과 정보에 기반한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한국과 영국의 언론인이 모여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탐색해보는 행사가 열렸다.

주한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디지털시대의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영 언론 교류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

이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첫 번째 세션 발제를 맡은 조나단 먼로 영국 BBC 뉴스 취재 및 보도 총괄본부장은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된 시대에 훈련받은 기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반 시민 누구나 스마트 기기를 가졌기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휴대폰을 통해 촬영할 수 있지만 그들은 기자가 아니다"며 "그들은 기자들처럼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전문기자들에게 중요한 자료와 실증적 증거를 제공하는 '비디오 증인'(Video Witness)이 맞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은 신문과 방송밖에 없었고 기자는 '기자증'으로 증명됐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는 기자와 시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며 "'사건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이들을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은 시민기자제도를 운영 중인 한국의 '오마이뉴스' 사례에서 보듯이 갈수록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도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팩트체크(사실 확인)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 사회를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통 저널리즘에도 뉴스 형식에 맞춰서 보도했지만 알고 보면 뉴스가 아닌 것도 있었다"고 일침을 놓은 뒤 "(가짜뉴스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늘어났을 뿐"이라며 기성 언론에도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이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하고 앤드루 윌슨 스카이뉴스 전 앵커, 김필규 JTBC 앵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토론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언론의 자유,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는 모든 민주주의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2018년은 기자들에게 역사상 가장 많은 폭력과 학대가 행해진 연도로 기록됐고 가짜 뉴스의 확산은 보도되는 뉴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영국정부는 캐나다와 함께 오는 7월 10일, 11일 양일간 런던에서 최초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장관급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것을 비롯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시대에도 언론의 '독립성'과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언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양국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이 자리가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로얄 아카데미 동문 트리오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이어 세미나 참석자, 한국에 거주하는 해외 특파원, 한국 매체 선임 기자, 산업계 대표와 학자, 언론계, 시민 사회 및 외교단 인사들이 모여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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