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범 '아저씨' 기대했는데 이선균 영화

악질경찰 포스터.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영화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 '악질경찰'이 지난 13일 용산 CGV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가졌다. '악질경찰'은 돈 벌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과 여고생 미나(전소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리 재벌의 악행이 담긴 영상을 갖게 되며 권태주(박해준)에게 살해 위협을 받게 되는 스릴러 장르의 상업영화다.

■ 작품성과 진정성

영화 '악질경찰'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세월호 피해자의 등장이다. 전소니는 극중 세월호 사고로 친구를 잃고 반항하게 된 문제아 미나를 연기했다. 이정범 감독은 영화의 시작이 세월호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관객에게 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악질경찰'의 작품성과 진정성을 둘 다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작품성과 진정성을 둘 다 놓친 격이 됐다.

극중 조필호(이선균)가 왜 경찰이어야만 했는지, 비리를 왜 저지르게 됐는지 혹은 권태주(박해준)의 역할이 정확히 뭔지 전혀 설명되지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얘기를 진지하게 다룬 것도 아니다.

미나(전소니)는 친구를 잃고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아 반항을 하게 됐다고 관객에게 상당히 직설적으로 대사를 통해 전하지만 어떻게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미나의 상처는 친구의 죽음보다 가족의 상실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전혀 다른 인물들과 세월호 사고가 섞이지 못해 이질감이 느껴졌다.

'악질경찰'에서 작품성과 진정성을 잡은 단 한 장면이 있다면 극중 미나가 친구들을 떠올리는 신이다. 미나는 억울함이나 상처를 토로하기보단 친구들에 대해 1차원적인 감정인 그리움을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악질경찰 이선균 스틸 사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아저씨 말고 이선균

이정범 감독의 전작은 원빈 주연의 '아저씨'였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아저씨와 순수한 어린아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납치된 아이를 아저씨가 목숨 걸고 구하는 스릴러였다. 관객은 오랜만에 차기작을 발표하는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를 기대했겠지만 영화는 기승전 '이선균'으로 끝났다.

색이 강한 배우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끝까지 간다', '성난 변호사'에 이어 영화 '악질경찰' 역시 장르가 이선균이었다. 이선균 영화의 특징은 멋을 포기한 좁은 공간에서의 현실적인 액션과 흔히 '츤데레'라고 하는 윽박지르면서 챙겨주는 식의 인물이다.

'악질경찰'은 스릴러의 장르성을 살리지 못했다. 욕이 많이 등장해 청소년 관람불가로 구분됐지만 잔인한 장면은 등장하지 않고 액션은 상당히 부족했다. 이선균 특유의 목소리와 웃음, 대사 소화 방식은 영화에 그대로 드러나 볼 재미는 건질 수 있었다.

영화 '악질경찰'에게 이선균이 다른 감독을 만났을 때 만들어낼 다른 색의 그림을 기대했지만 이정범 감독의 그림을 이선균의 색으로 덮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악질경찰 전소니 스틸 사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한편 이선균과 박해준, 전소니 배우의 연기로 만들어진 영화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