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영향 준 사람 공개

▲ 한석규. 사진=CGV아트하우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지난 8일 삼청동 커피숍에서 배우 한석규를 만났다. 라떼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 인상의 한석규는 미소를 짓고 있어도 어딘가 호랑이 같은 힘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어떤 질문에도 날카로운 해답을 꺼내면서도 간간이 4차원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석규는 영화 '우상'에서 한의사 출신 구의원으로 대중의 신뢰를 받던 와중 아들 요한이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며 인생이 달라지는 구명회 역을 맡았다. 그는 구명회에 대해 틀리 선택만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구명회는 계속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면서 제목과 스토리에 또렷하게 부각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아들놈이 사고를 쳤다. 그리고 지하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명회의 리액션이 시작되고 끝까지 아주 병든 반응을 한다."

한석규는 영화 '우상' 제작보고회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이수진 감독에게 구명회 역을 맡고 싶다고 역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었다. 쉽지 않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연기하고 싶어 했던 이유에 대해 한석규에게 질문했다.

"비겁한 인간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한석규라는 연기자가 가진 이미지에 변신을 주고 싶었다. 또 한석규가 연기하는 명회를 보고 관객들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명회는 겉으로 보기엔 올곧아 보이지만 자신의 우상 즉 영화에서 말하는 욕망을 위해 아내도 아들도 희생시킨다. 한석규는 명회가 영화에서 가장 어리석은 인물이지만 또 가장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 가까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석규. 사진=CGV아트하우스


이어 한석규는 영화 '우상'에 등장하는 련화를 연기한 천우희 배우의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우상의 메인 등장인물은 하겠다는 마음 쉽게 드는 시나리오 아니었다. 극중 련화는 여배우로서 욕심나는 인물이면서도 잘못하면 미천이 다 드러나는 역이다. 두려운 배역이었고 쉽지 않은 캐스팅이었을 텐데 천우희가 잘 소화한 것 같다. 우희도 벌써 경력 10년 차 배우다. 선배들이 보면 연기관이나 의도가 보이는데 충분히 존경할 수 있는 정도의 연기자다."

한석규는 딱히 우상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극장에 많이 데려가 주셨다. 초등학교 때 '별들의 고향', '혹성 탈출'도 영화관에서 봤다. 당시 너무 재밌어서 눈이 뒤집혔다. '혹성탈출'을 보고 그 어린 나이에도 주제가 들어왔다."

그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보고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믿어 본인의 아이들에게도 문화 조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것도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많이 보여줬다. 어떤 영화는 이 어린애들이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나름대로 보더라. 아이들은 그들의 수준에서 나름의 해석을 하며 영화를 본다. 어른이 돼서 그 영화를 다시 보면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한석규는 아이들 역시 그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해석하며 어른이 되고 같은 영화를 보면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며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는 그 시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래도 괜찮게 만든 그 나라 영화를 보면 된다. 우상은 지금 이 시대의 대한민국을 얘기하는 영화다. 이수진 감독이 왜 이런 영화를 썼을까? 과연 제작이 될까? 생각했다. 한공주도 어렵게 제작한 것으로 아는데 또 이런 민감한 영화를 만들어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한석규. 사진=CGV아트하우스


그는 이어 이수진 감독이 제작이 힘들 것 알면서도 '우상'을 만든 것에 감사를 전하며 고집스럽게 어려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추측했다.

"이수진 감독은 아마 어떤 반응 때문에 우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상을 보고 관객들은 무언가를 느끼고 그에 반응을 할 것이다. 좋은 반응도 나쁜 반응도 있을 것이다. 모두 같은 반응을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우상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우상'은 현대 대한민국을 반영하는 영화로 극 안에서 관객은 어딘가에 숨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상'에 출연하는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그리고 감독 이수진은 작품을 통해 관객이 무언가를 깨닫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우상을 밝혔다.

한편 영화 '우상'은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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