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을 활용한 제조 산업이 부각되면서 고성능의 안전한 반도체에 대한 생산 요구도 늘어났다. 이에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머신비전, 가상 설계, 로봇기반 자동화 등의 스마트 팩토리를 적용하며 제조 트렌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AI의 경우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상징성이 크다. AI는 입력된 정보를 딥러닝을 통해 인간의 두뇌처럼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처리한다. 예컨대 '바둑 알파고'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딥러닝을 통해 다음 수를 계산하기 위해 약 1천2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170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0만개의 D램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 진단 서비스에 소설을 작성하는 인공지능까지 개발되고 있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AI는 물론 빅데이터, IoT, VR과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과제가 적잖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아직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어 비모메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시장 공략이 절실하다. 마침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에도 자사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장착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영역을 착실하게 확장하고 있어 긍정 평가된다.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신감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작년 4분기 3조 9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2조 9천300억원과 비교해 5.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삼성전자지만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워낙 시장 영역이 다양하고 인텔과 퀄컴 등이 원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확장할 시장 자체가 작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디바이스 사업으로 쌓은 경험치와 메모리반도체에서 축적한 미세공정 경쟁력 등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중국 일부 IT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비메모리 수주를 늘리는 주세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분야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회사의 현금 보유액과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전년 대비 24.7% 증가한 104조 2천여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 덕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현금 보유액이 100조를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아직 비메모리에선 이익보다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후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여기에 메모리 시장까지 회복하면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기업' 희망은 10년 내 실현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의 '산업보국'을 위한 총력체제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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