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주가하락·반도체 실적 감소 대책 내놓아야"
늘어난 주주 수용 준비 부실 질타…반도체 안전·윤리 경영 촉구

▲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주, 기관투자자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이 주총에서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50대 1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경영진에 적극적인 주가하락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한 올해 실적 하락 전망 대책, 중국의 반도체 굴기, 중국·인도·미국 시장에서 약화되는 스마트폰 위상 제고 전략, 윤리 경영 등에 대한 질문과 질책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주, 기관투자자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올 들어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소비자가전(CE)·IT·모바일(IM) 부문 등 사업별 경영현황 보고에 이어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는 인사말에서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TV 13년 연속 글로벌 1위,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연결기준 매출 244조원, 영업이익 59조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어려운 경영 여건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전 분야에 걸친 근원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는 신사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남 DS부문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이 각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과 질의·응답했다.

최근 중국정부·업체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반도체 굴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주주에 대해 김기남 DS부문장은 "반도체 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기술장벽이 높아서 단기적인 투자로 그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 과감한 투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반도체 사업장 피해자와 안전 문제에 대해 김 부회장은 "피해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환경안전에 관련된 인프라, 인력을 보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회의에서 '환경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다'는 구호를 제창하는 것을 비롯해 환경 안전문화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주주는 "삼성전자 주주로서 큰 소리 칠 수 있도록 반도체 안전에 경영진이 더 생각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주, 기관투자자와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김현석 CE부문장은 중국 제품에 의해 약화되고 있는 중·저가TV 시장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프리미엄전략을 써서 75인치 시장에서는 65%이상 마켓쉐어(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중·저가 시장도 경쟁력을 갖고 차별화된 상품으로 (중국 제품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동진 IM부문장은 '하만 이후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추가적인 대형 M&A(인수·합병)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새로운 IT산업에 변혁을 일으킬 5G 관련 M&A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앱스토어로 수익을 얻고 있는 애플에 비해 소프트웨어 부문이 약하다'는 질문에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갤럭시 스토어를 통해 서비스·콘텐츠 매출을 발생하는데도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약화되고 있는 중국·인도·미국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중국은 조직, 유통채널, 사람 등 모든 것을 바꿔 조심스럽지만 S10·A시리즈 반응 좋다"고 기대감을 표명한 뒤 "인도는 온라인을 강화하고 미국은 프리미엄, 매스(대중시장), 온라인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의 후임으로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선임됐다. 역시 임기가 끝나는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선임됐다.

앞서 국내 일부 의결권자문회사들은 박 교수가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중인 점, 안 교수가 삼성전자의 특수관계법인인 호암재단으로부터 호암상을 받은 점을 지적하고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적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날 어떤 주주는 "박 교수는 전(전) 정권 인사여서 능력과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대외 이미지에 안 좋을 것 같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다른 주주는 "안 교수는 의학 전공자여서 삼성전자에 맞는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추천인이 나와서 추천 배경을 설명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후 첫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좌석을 지난해(400여개)보다 2배 이상 늘리는 한편 쌍방향 중계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주주는 "8시 30분에 (회사에) 왔는데 이제야(행사 시작 9시 넘은 9시 반경) 입장했다"며 "밖에는 미세먼지가 난리 났는데 연로한 주주들이 한 시간 넘게 서 있는데 (안내) 방송이 없다. 액면분할 돼서 주주들이 몰릴 것이라고 신문방송에서 다 말했는데 삼성전자는 전혀 준비가 안 됐다"고 삼성측의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

김 부회장은 "불편을 끼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년엔 좀 더 넓은 시설에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 서초사옥 앞의 긴 주주 대기 행렬은 행사 시작 1시간 지난 10시가 넘어서야 사라졌다. 회사측은 이날 주총에 1천여명의 주주가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어떤 주주는 "지난해 250만원 하던 걸(주식을) 액면 분할해 (1주당) 5만 3천원이 되더니 지금은 4만 3천원 돼 1만원 정도 주가가 하락했다"며 "아무리 세계 경제가 나쁘더라도 이사진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한 그 동안 관례적으로 진행된 박수에 의한 동의보다 표결을 할 것을 주장한 주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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