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내 '국내 야구 갤러리(게시판)'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야'구 갤러리+훈'민정음'의 합성어인 야민정음으로 불리게 됐다. 이는 (학교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한다는 의미의 '급식체'와 한패다.
포털사이트 실검의 또 다른 주인공인 '괄도네넴띤' 역시 팔도비빔면의 야민정음이다. 팔도는 35주년을 맞이해 기존 제품보다 매운맛을 더한 괄도네넴띤을 선보였다. 팔도 측은 신제품을 만들기 이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괄도네넴띤이라는 야민정음이 이미 존재했고, 이를 네이밍 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중문화를 반영한 마케팅은 참신하다. 괄도네넴띤의 경우가 그렇다. 팔도는 그동안 비빔면 소스를 따로 판매 해달라거나 면의 양을 늘려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품을 출시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괄도네넴띤의 탄생은 한글 파괴를 자처했다기보다 소비자와의 소통 결과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괄도네넴띤 이후에 등장한 읶메뜨는 '가격 따괴 상뚬 총 출동(가격 파괴 상품 총 출동)'을 콘셉트로, 상품 판매 페이지에서도 커피머신을 '귀띠머신', 스피커를 '스띠귀', 공기청정기를 '공7ㅣ청정7ㅣ'등으로 변형해 사용했다. 이는 가격 파괴가 아니라 '한글파괴'다. 야민정음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분 없는 사용은 재미보다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하이루', '방가방가'를 사용했던 PC 통신 시절에도 이를 심각한 한글 파괴라고 여겼다. 인터넷이 탄생하고 현재까지 한글을 파괴하는 신조어는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언어유희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을까. PC보다 스마트폰과 더 친숙한 중장년층이 모바일 쇼핑의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시대, 세대 차이 갈등을 조성하는 한글 파괴 마케팅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임현지 기자
right@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