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는 남자 아닌 웃는 남자들의 영화 만들고 싶다"

▲ 이정범.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사진1) '아저씨'로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이정범 감독의 신작 '악질경찰'은 세월호로 친구를 잃은 학생과 유가족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로 지난 20일 개봉됐다. 지난 15일 삼청동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정범 감독은 상업영화에 적용된 세월호라는 주제에 대중이 보내는 관심과 우려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세월호를 상업영화의 특성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한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은 잔인한 장면이 과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욕이 등장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지정됐다. 수위를 좀 낮춰 15세 관람가였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질문했다.

"잠깐 욕심이 나긴 했지만 '악질경찰'은 15세가 될 수 없다는 것 깨달았다. 전하고자하는 정서 자체가 너무 강해서 표현 수위를 낮추면 가짜가 돼버릴 것 같았다."

이어 그는 "이 영화를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라며 "영화 개봉이 늦어지면서 다행히 당시 학생들이 성인이 돼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소소한 만족감을 전했다.

이정범 감독은 언론 시사 및 개봉에 앞서 영화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先 시사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 상영 이후 인상 깊었던 한 분의 문자를 언급했다.

"시사회 때 감히 그분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시사 다음날 영화 고마웠다고 한 분이 문자를 보내셨더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 자극적이었을까 걱정했는데 본인들이 겪은 것은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며 잊히지 않게만 해달라고 말하셨다."

이정범 감독은 그분의 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기에 이보다 깊게 만들 수는 없었다"며 "우리가 아직 잊지 않았다는 것과 죄의식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정범.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번 '악질경찰'에서 가장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은 전소니 배우가 연기한 '미나'다. 이선균 배우 역시 "'악질경찰'의 최대 수익은 전소니라는 배우의 발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정범 감독은 인터뷰에서 전소니 배우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처음 전소니 배우에게 시나리오 줬을 때 1주일 지나고 못하겠다는 연락받았다. 신인이 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라고 하더라. 그 말이 좋았다. 연기 욕심만 있는 지망생이었다면 바로 수락했을 테지만 인간적인 자세로 거절하는 모습에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다고 느꼈다."

이정범 감독은 끝으로 "영화 편집 후 잠깐 쉬는 동안 잊고 있다가 개봉이 다가오니 취재하면서 느낀 아픔이 다시 돌아왔다"며 "다음에는 많이 웃는 청춘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는 남자들의 얘기가 아니라 이제 웃는 남자들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 진심이 담긴 농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정범.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악질경찰'은 비리를 일삼는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고등학생 미나(전소니)와 함께 대기업 총수의 비리 현장 증거를 우연히 얻게 되며 더 큰 악 권태주(박해준 분)에게 쫓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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