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는 정말 예견하지 못했을까. 어느 주주가 일갈한대로 신문·방송에서 새로 주주로 편입된 사람이 많이 몰려 혼잡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는데도 말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기술 선도 기업, '관리의 삼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50대 1 액면분할 이후 처음 열린 정기 주총이었다. 그동안 한 주당 250만원이 넘는 고가 '황제주'여서 '그들만의 리그'였다가 액면분할로 '국민주'가 되면서 모두가 흥겨운 축제의 자리가 될 것 같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 실적을 거뒀으니 즐겁고 기쁜 일만 가득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대가 곧 불만과 원성, 분노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먼저 주주확인을 위해 삼성 서초사옥 밖까지 'ㄹ'자 형태로 굽이굽이 길게 늘어선 줄은 신입 주주들을 주총장 진입 전부터 지치게 했다. 아침 8시 반에 회사 입구에 도착해서 주총 시작 시간인 9시를 훌쩍 넘은 9시 반에야 주총장에 들어온 어느 주주는 "밖에 미세먼지가 날리는데 연로한 주주들을 장시간 세워놓고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었다"고 회사측의 불성실한 응대에 분통을 터뜨렸다.

주총장 안에서도 주주들의 분기는 쉬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의장으로서 주총장 사회를 맡은 김기남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부회장)은 주주들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물은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간단히 답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긴 듯 제대로 된 해명 없이 그냥 넘어갔다.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를 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당연히 주주들은 반발했다. 어떤 주주들은 "새로 온 주주들도 많은데 이사들이 (연단에) 나와서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고 회사측이 제공한 안내 책자에 이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부실하다고 질타했다.

삼성은 기존(400석)보다 2배 많은 좌석을 구비했고 쌍방향 중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나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원성이 가라앉지 않자 당일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머리 숙여야 했다.

개미가 내실없이 몸집만 코끼리처럼 키우면 스스로 서지도 못하고 제풀에 쓰러진다. 삼성전자도 이제 늘어난 주주규모에 맞게 짜임새 있고 주주친화적인 주총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주 전환의 홍역은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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