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로비 인력 운용 위촉계약서·운영지침 공개
"황창규 회장 위촉 '경영고문', 사업목적 부합하는지 의심스러워"
정의당·청년단체, "자유한국당-KT 채용 비리 의혹 엄정 수사해야"

▲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KT가 총체적 의혹의 수렁에 빠졌다. 정치권 인사, 퇴직 고위 군·경찰·공무원을 영입해 로비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한편 채용비리 의혹전면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의당 청년본부, 미래당(우리미래),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의원-KT 채용비리'를 엄중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KT가 총체적 의혹의 수렁에 빠졌다. 정치권 인사, 퇴직 고위 군·경찰·공무원을 영입해 로비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한편 채용비리 의혹전면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전날 KT의 정·관계 로비 인력으로 활용된 경영고문의 존재를 알린 데 이어 이들의 활동을 증빙하는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이하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이 의원측이 먼저 공개한 위촉계약서가 작성된 날짜는 2014년 11월 1일이다. 계약서에 해당 고문의 이름은 가려져 있지만 계약일과 월 자문료로 미뤄봤을 때 홍문종 의원 특보출신인 이모 고문과의 계약서로 보인다고 이 의원측은 설명했다.

운영지침은 KT 경영고문의 역할과 처우를 규정하는 내규로 판단된다. 이 의원측은 "'2015년 1월 21일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서 운영지침의 제정이 2014~5년 연말연초에 이뤄졌다"며 "이는 그 해 있을 경영고문의 대거 위촉이 잘 짜여진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은 회장에 있다'(제5조), '고문의 최종 위촉여부는 회장이 결정'(제7조)에서 보듯 운영지침의 핵심은 경영고문 '위촉'이 회장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이라며 "운영지침대로라면 회장은 경영고문으로 누구든지, 별다른 비용과 기간의 제한 없이 위촉할 수 있다. 심지어 '복리후생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와 같이 경영고문 '운영'도 회장의 전권인 듯 보인다"고 평가한 뒤 "사실상 회장 개인을 위한 자리에 약 20억에 달하는 회사 돈을 써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문의 역할을 '경영현안 및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자문이나 회사가 요청하는 과제를 수행'으로 최대한 모호하게 규정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외부기관의 인적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제12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KT가 처음부터 경영고문을 '로비 수단'이자 '로비 대가'용 자리로 마련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영고문 중에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공직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시절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을 지내고 공직유관단체 근무 이력이 있는 차모씨의 경우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았다. 운영지침 제8조는 결격사유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하여 관련 사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 자'를 두고 있는데 자격이 없는 자를 채용한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황창규 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방위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정의당 청년본부, 미래당(우리미래),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의원-KT 채용비리'를 엄중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석채, 황창규(회장)에 이르기까지 KT의 계속된 정경유착 의혹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김성태, 홍문종, 정갑윤 의원 등에게 제기되는 채용비리 의혹을 마냥 근거 없는 것으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다음달 4일 예정된 KT 청문회가 한국당의 돌연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도 한국당이 의혹을 일절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경(찰)은 KT채용비리 고발사건에 대해 즉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라"며 "국회는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KT를 포함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사회특권층에 대한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KT 새 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채용비리부터 불법정치자금, 로비용 경영고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리스크(경영 위험) 발생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이사회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KT 경영진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2인을 선출한다. 사내이사 2인은 지금의 극단적 경영위기의 으뜸 책임자인 황창규 회장이 추천하고 사외이사 2인은 경영위기를 방치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셀프(자가) 추천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절차적인 잘못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주총회를 5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주주 14만명중 15% 이상인 KT 직원 주주 2만 3천명은 주주명부 작성 과정에서 회사가 주소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정로 KT본사'로 일괄 기재해 주주총회 소집통지서가 KT본사로 발송됐다"며 "그동안 KT가 직원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극도로 꺼려왔음을 감안하면 고의적인 주소변경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렇듯 내용적 부적절함과 절차적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주주총회가 온갖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에 의해 주재된다면 KT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그에 따른 경영위기가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냐"며 "주주총회 전에 황창규 회장은 사퇴하고 신임 이사 선출 안건 등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안건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지난해 9월 성과급의 일부로 주식을 받아 본인이 주주인지 알고 있으며 내부문서와 홈페이지 공고 통해 주주총회 내용도 모두 공유돼 있다"며 "또한 회사는 소집통지 외에 전자공지나 신문공고로 갈음할 수 있고 KT는 2가지 모두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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