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적신호다. 수출 주도형 성장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수출에 의존한다. 한국은 독일(55.4%) 다음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이 이처럼 큰 데도 올 들어서 우리의 수출이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더 급격하게 꺾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월 한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5.9% 줄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선박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1월 한국 수출 감소세가 OECD 32개 국가 중 26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런 일은 수출증가율 순위에서 한국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년도 추석 기저효과로 지난해 10월 OECD 36개 전체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11월에는 3.6% 증가로 16위로 떨어졌다. 주요 20개국(G20) 순위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순위는 작년 10월 3위에서 11월(9위), 12월(10위) 등 중위권을 지키다 1월 들어 17개국 중 15위로 급격히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 부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비중이 높다 보니 수출 감소 폭이 더욱 크다. 반도체와 선박, 석유제품이 각각 두드러지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395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1% 감소했다.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전체 수출의 1등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경우 작년 말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세와 수요 부진으로 24.8%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물량은 유지되면서 반등 기대감을 키워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량마저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수출 위협 요인은 이뿐 아니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폭락을 이끈 건 석유화학과 석유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의 부진이 이어져 왔다.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며 수출 호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철강, 석유제품 등도 중국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수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의 구조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수출구조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이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무역 트리플 크라운'(사상 최대 무역규모·수출·무역흑자)도 달성했다. 이런 대외적인 성과와는 달리 경제 양극화 심화와 내수와의 연계 부족 탓에 수출효과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매우 낮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중견·중소기업이 중심되는 수출구조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3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9%에 못 미친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통상·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수집 및 전파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따른 세계 각지의 파트너십 강화는 물론 시장 다변화를 위한 신시장 개척과 무역분쟁에 따른 대체시장 발굴에도 힘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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