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문과식비(文過飾非)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과실을 고치지 않고 번드레한 말로 꾸며되어 잘못을 덮으려는 뜻'이다. 잘못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는 사람에게 어울릴 듯하다. 최근 공항에서 출국시도를 했던 전 법무차관에게도 해당되겠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그는 과거 광주, 대전고등검찰청 등에서 검사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권에서는 제55대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이때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지만 결국엔 무혐의 처리됐다.

최근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다시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거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장지연‧김학의‧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법무차관은 22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다가 제지당한 것이다. 여기에 왕복티켓을 끊었다며 해외도피 의사가 없었다는 변명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조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출국을 시도했고 변명까지 있었다. 정말 한 나라의 법무차관까지 올랐던 사람의 행태인가.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은 25일 김 전 법무차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정 위원장 대행은 "우리 국민들, 심지어 판사들도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으로 출석요청을 받아 응할 의무가 없음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습니까"라며 "그런데 전직 고위검사가 우리 위원회의 조사에 협조는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요"라고 일침했다.

정 위원장 대행의 메시지는 보기 드물게 강력하게 들린다. 김 전 법무차관은 정말 국민을 무엇으로 봤을까. 정말 문과식비(文過飾非)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권력 위에서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생각만해도 소름끼친다.

그 소름끼치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도록 김 전 법무차관의 조사는 향후 더욱 강력하고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국민을 농락한 사건,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다시 처음부터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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