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제로페이, 사나? 죽나?] 성과없는 '제로페이'…이용률 '제로' 좌초 위기
  • 송호길 기자
  • 승인 2019.03.31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
네이버 밴드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폴라
핀터레스트
URL 복사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 모습.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를 기존 은행이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사진=송호길 기자

서울시의 역점사업인 '제로페이'가 서비스를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났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금융 기술인 핀테크를 활용한 이 서비스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취지로 출시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외면받고 있다.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이유다. 좋은 취지에서 탄생한 제로페이. 실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신모 씨(60)는 25년 업력을 가진 이 동네 산증인이다. 신 씨는 어느 날 카드수수료가 제로라는 제로페이 광고를 접하고 가맹신청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 신청서류를 챙겨 자발적으로 제로페이를 신청했다. 며칠 뒤 성북구청으로부터 제로페이 가입 안내서와 QR코드가 담긴 우편물을 받았다. 신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나이 든 사업주는 설명서를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사업주가 이용할 줄 모르는데 제로페이 사용자를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신 씨는 결국 우편물을 한 달여 간 방치했고 구청 직원의 도움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인근 미용실을 운영 중인 A 씨는 구청 직원들이 제로페이 설치를 수시로 권유해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주변에 제로페이를 설치한 상점이 드문 데다, 최근 이 결제 방식을 이용한 사용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가게에 방문하며 제로페이의 장점을 늘어놓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용하는 사용자가 없어 설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13일 다시 찾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상권. 기자가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가리키며 '이용현황'을 묻자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제로(0원)"라고 답했다. 제로페이로 결제해도 되냐는 물음에는 대체로 "한 번도 사용을 안 해서 할 줄 모르겠다"고 했다.

동대문구 한 전통시장 사무국장은 전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통시장 특성상 고객층이 대부분 고령자인데 현실적으로 제로페이와 연령층이 맞지 않는다"며 "방문객 대부분이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공약인 제로페이.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0%로 낮춘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위기에 놓였다.


■ 사용자 사업자 모두 거리감…'반쪽짜리' 페이

우선 이용방법의 불편함과 진입장벽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한 뒤 QR코드를 찍어 결제금액을 입력해야 한다. 이후 업주도 앱을 열고 입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고 사용하기 불편한 탓에 고령층일수록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은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아 제로페이를 시연했다. 결제 과정에서 사용법 미숙으로 옆 사람의 설명을 듣는가 하면 상인의 사용 미숙 등으로 결제가 지연되는 상황이 연출돼 묘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런 불편한 점은 흥행 실패로 작용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맹점 수와 결제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제로페이를 등록한 가맹점 수는 총 4만6천628곳이다. 이는 서울시 자영업자 66만여명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제로페이 결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총 8천633건, 결제금액은 1억9천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신용·체크·선불 등 국내 개인카드 결제 건수 15억6천만건과 비교하면 0.0006%, 카드 결제금액 58조1천억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하다.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제로로 낮추기 위해 만든 결제 앱이지만, 이용률이 제로(0)여서 제로페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20일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시정 4개년 계획'에서 제시된 올해 제로페이 이용액 목표는 8조5천300억원이다. 시는 오는 2020년에는 17조601억원, 2021년에는 28조4천336억원, 2022년에는 42조6천504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 방침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 지자체 실적쌓기 경쟁…영업사원으로 전락한 공무원

자발적인 가입이 아닌 공무원의 권유로 가입했다는 상인들의 증언도 들린다. 실제로 서울시는 산하 구청에 특별교부금 300억원을 제로페이 유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청 간 가맹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가맹점 유치시에는 건당 1만5천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구청 공무원이 관내를 돌며 영업사원으로 동원된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는다.

제로페이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을 설득해 가맹점 수 확보에만 급급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금천구지부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 강제 할당으로 인해 업무는 가중됐고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다"며 "과연 시에서 제로페이 가맹점 실적에 따라 특별조정교부금을 차등 지급한다고 직원들을 제로페이 실적에 강제 동원하는 것이 당연하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이와 관련한 문제로 서울시는 지난 1월 29일 자치구 부구청장회의를 열고 제로페이 유치가 과열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부한 바 있다.

김종석 의원은 13일 이와 관련, 대안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는 여러 사업자가 고객 유치와 수익을 위해 경쟁하는 민간시장이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료조직이 개입해 경쟁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관료는 고객개념도 없고 수익에도 관심이 없어 민간과 경쟁이 될 수 없다"며 "당연히 민간사업자들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은 규제하고 다스리는 게 본업이어서 고객 서비스 개념이 없다"며 "즉각 관영 사업자가 민간기업의 시장을 뺏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꽃가게를 찾아 제로페이 홍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 "사업 재검토해야"·서울시 "이용자 편의 늘릴 것" 

제로페이의 실적 부진에 대해 태생적으로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로페이의 주요 목적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인데 이 사업의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제 욕심을 버리고 포기 해야 할 때"라며 "정부와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에게 다 양보해야 하고 스마트폰 중심결제 환경 구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일갈했다.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취지라면 카드사의 수수료를 줄이는 규제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혜택이 돌아가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자영업자는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카드보다 높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로페이가 공익적 차원에 부합하면서 착한결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근주 제로페이추진단장(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13일 본지에 "제로페이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가맹점들이 높은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가운데 카드사가 마케팅하며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은 불편하지만, 이런 부분은 습관의 문제"라며 "앞으로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 등 간편결제를 적용하며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로페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진입장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호길 기자 hg@dtoday.co.kr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