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 접목한 청량리종합시장을 가다
본지·대학·구청 등 관계자들 모여 모의실험

▲ 지난 12일 청량리종합시장 한 사무실에서 디지털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의실험을 진행 중인 모습. 이날 본지를 비롯해 대학·구청·시장·센서 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했다. 사진=동대문구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7개 시장이 형성돼 있는 곳 중 한가운데 위치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전국이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인 지난달 12일, 청량리역 1번 출구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닿는 이 시장을 찾았다.

지난 2월 15일 이 지역 인근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서 불이 나 3개 점포가 일부 불에 탔다. 상인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노후화된 전선이 많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잦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이 형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시설보수는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

청량리종합시장은 현재 화재 2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1949년 시장이 설립된 이래 1961년에 대형화재사고, 1992년에 추가적인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청량리종합시장은 예전과 달리 첨단장비를 갖추며 만일의 재난에 대응하고 있었다. 점포마다 화재센서를 설치했으며 시장상인회는 서울시립대가 연구 중인 '디지털 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빌딩정보모델링-지리정보시스템(BIM-GIS) 연계를 통한 3차원 객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이 재난관리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각종 센서의 정보를 취득해 재난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상황 발생시 센서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실제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3차원 객체에 화재 지역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또 대피경로를 안내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일간투데이는 디지털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학·구청·시장 관계자들과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화재 센서에 불을 갖다 댔다. 실제 화재 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 센서는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온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알람 음이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센서에는 윙윙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모니터를 향했다. 디지털 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 화면에는 화재 건물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불길이 번졌다. 대피 방향을 안내하는 녹색 화살표기도 눈에 들어왔다.

김현주 서울시립대 디지털서울 연구팀 지도교수는 "수백개의 CCTV를 설치한 상황실 위주의 재난관리시스템과는 달리 디지털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은 재난 발생시 현장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별도의 장비 설치는 물론이고 인건비도 많이 들지 않아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상인회는 화재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동대문구에 화재 센서 설치 사업을 건의했다. 이에 구청은 행정안전부의 '공감e가득' 공모를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후 서울시립대 디지털서울 연구팀의 디지털 트윈 기반 재난관리시스템과 맞손을 잡았다. 지자체와 대학 간 스마트시티 선도사업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대문구의 전통시장 화재센서설치 현황은 ▲청량리종합시장 93개소 ▲청량종합도매시장 43개소 ▲답십리현대시장 90개소 ▲답십리시장 40개소 등이다. 향후 경동시장과 청량리전통시장 등에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청과물시장과 청량리전통시장 중간 지점에서 불이 나 6개 점포가 불에 탔다. 화재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 사건이 첨단 장비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사업 기대감을 묻자 김천석 청량리종합시장상인회 사무국장은 "건물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화재 센서가 작동해 초동대응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재산피해나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흡족해했다.

은철우 동대문구 경제진흥과 주무관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통시장 화재 관리로 상인뿐만 아니라 고객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안전한 스마트 시장으로서의 이미지 개선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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