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11월과 더불어 쇼핑 비수기인 4월이 왔다. 이달은 벚꽃 나들이로 외식 수요는 소폭 상승하지만 미세먼지와 짧아진 봄 기간으로 오프라인 수요는 위축되는 시기다. 이에 유통업계의 4월은 소비자의 꾹 닫힌 지갑을 열 파격적인 혜택, 독특한 마케팅으로 물들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새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며 소비자와 업체 모두 '최저가'의 맛을 본 탓일까? 매일 눈만 뜨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커머스 업체가 진행하는 최저가 행사가 순위권에 올라와 있다.

한 이커머스 업체는 지난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약 3개월간 식품과 생활용품, 화장품, 패션, 항공, 숙박, 공연 등을 포함한 총 35번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반값·특가·대전·최저가·1+1 등 행사 이름도 가지각색.

취지도 다양하다. 신년이면 신년세일, 겨울이면 굿바이 윈터 세일, 봄을 맞아 봄 세일 등 계절적 요인이 가장 큰 주제다. 요일별로 할인 품목이 다른 프로모션도 있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숫자가 겹치는 1월 1일, 1월 11일, 2월 2일, 2월 22일, 3월 3일 등도 그들이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된다.

이제는 기존 가격에서 숫자 마지막 자리 0을 뺀 행사나 '무조건 990원' 등의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온·오프라인에서 흔히 진행하는 20∼30% 세일에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할인 내성'이 생긴 것이다.

고마울 것만 같은 저렴한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행사가 있으니, 바로 '시간' 할인이다. 이는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페이지를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다가 페이지가 열림과 동시에 구매 버튼을 눌러야 한다. 수량이 적고 가격이 매우 낮아 시간과 공을 들여 물건을 구매할 만하지만,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 순간 마주하는 솔드아웃(품절) 메시지는 소비자로 하여금 허무함과 우롱당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침체돼있는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유통업계 파격 세일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잦은 할인과 특가·최저가를 남발하는 마케팅, 기다림에 지치게 하는 행사 진행 방식은 이제 피로하게 느껴진다. 이름도 헷갈릴 만큼 수없이 쏟아지는 행사에 소비자는 결국 '어차피 또 세일할 텐데'라는 생각에 지나쳐버리게 될 것이다. 분명한 목적과 취지,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진행 방식으로 소비자와 업체 모두 웃을 수 있는 행사가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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