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권 행사 둘러싸고
"기업 견제" "연금사회주의"
긍정평가와 비판 동시 받아

▲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 분당을)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이 좌절되면서 사회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으로 추켜세우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한다.

이에 국민연금이 관치경제의 우려를 불식하고 원활하게 스튜어드십코드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개별 기업 관련 의사결정 참여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활동 목표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 분당을)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국민연금의 관치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관치 우려가 낮고 주주활동을 전담하는 내부조직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수탁자책임실이 주된 역할을 하되 보건복지부 장관, 노동자·사용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개별 기업 관련 의사 결정보다는 중장기적인 수탁자책임 정책 마련 및 이행점검 등에 집중하는 식으로 내부기구간 역할 배분을 명확히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향후 참여를 밝힌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뿐만 아니라 여유자금중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주택도시기금, 고용·산재보험 등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도 바람직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퇴직연금도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총이 주주간의 정보교류, 주주와 회사간의 소통의 창구가 되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원활히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상법상 주총의 분산개최, 주주제안제의 개선, 사실상의 경영권 보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5% 공시룰(개인 및 기관이 상장·등록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보유한 지분에 대해 1% 이상의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수탁자책임위원회는 비상근 전문가로 구성되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주총안건 통지가 이뤄진 후 단기간 내에 충분한 논의가 어렵고 다시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에 대한 판단을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실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기금운영위 위원 추천과 유사하게 하고 있는 수탁자책임위 위원의 구성 중 수탁자책임원칙 이행과 상충되는 정부 또는 사업자측 추천 위원은 배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수탁자책임위원회 구성의 변화를 권고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연임 좌절 사례는 사내이사 선임요건이 전체 주식의 3분의 2라는 특별의결사안이라는 점, 지배주주의 압도적 지분 구조, 자산 운용사의 낮은 반대 비율 등으로 앞으로 반복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금운용이 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성을 갖기는 어렵지만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정비해 위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운영기준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이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함에 있어서도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수익률제고가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총은 주주 및 채권자 보호와 함께 기업 의사결정의 신속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상법 개정시 관련 부분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4.6%로, '반대한다'는 응답 28.3% 보다 36.3%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지난해 1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과 '반대한다'는 의견의 격차 19.4%포인트보다 16.9%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대한항공의 주주총회 결과를 통해 국민들이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금사회주의 논란 등 국민연금의 관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독립적인 의사결정구조 개선 방안, 국내 주요 공적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확대 방안 등과 함께 주총의 내실화와 주주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한 주주제안제도 개선, 5% 공시룰 개선 등 주총 전반에 걸쳐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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