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인 산업부장
[일간투데이 홍성인 기자] 지난달 19일 전국의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대거 서울로 집결해 공동의 목소리를 냈다. 소위 가맹본부의 '갑질'까지 거론되는 본사의 일방적인 행동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이날 연합회를 구성해 발족식을 열고 앞으로 대응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가맹점주들의 이러한 단체행동은 한국 화장품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단체관광이 성행할 때만 해도 화장품 로드숍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기도 했다. 단체 관광객이 주로 몰려드는 서울의 명동, 제주의 바오젠 거리 등은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숍이 들어섰고 ‘사재기’에 가까운 관광객들의 화장품 구입은 K-뷰티의 중흥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매장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전문적인 대응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드(THAAD)' 국면이 모든 상황을 바꿔 놓았다. 단체관광객은 뚝 끊겼고 로드숍 매출은 확 줄었다.

로드숍의 매출이 줄어들자 브랜드사의 매출 역시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브랜드사는 이에 대한 타계책으로 거의 상시에 가까운 할인행사를 진행했지만 내수시장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만족스러운 상황은 되지 못했다.

더구나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TV홈쇼핑, 인터넷·모바일 쇼핑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이들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맹본부는 부담을 가맹점주들에게 더 가중시키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할인행사를 할 때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부담비율을 가맹점에 더 불리하게 책정하는 방식 등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 화장품 브랜드사의 책임은 적지 않다고 보는 것이 기자의 시각이다.

단순히 잘 되는 사업임과 동시에 어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개설해 경쟁을 시키다보니 사후 케어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치킨 가게, 편의점 등도 이런 경쟁구조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했음에도 비슷한 상황은 다시 연출되고 있다.

가맹본부의 역할은 외형적인 가맹점 개설만으로 책임을 다한다고는 볼 수 없다. 개업 전까지 시장분석과 개업 후에 시장변동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컨설팅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헛된 꿈을 실어주는 것보다 현재와 미래를 냉정하게 판단해 제안하는 기업의 모습도 중요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백종원은 "준비 안 된 희망창업자를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어설프게 사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그 것을 막는 것도 가맹점을 관리하는 이들의 기본 덕목일 수 있다.

이미 거론한 것처럼 가맹점의 손실이 단순히 그들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결국 기업 전체의 수익 저하와 이미지 실추로 작용하고 자칫 심화될 경우 기업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의지를 가지고 가맹점주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 필요가 있다. 이번 집단행동은 단순히 가맹점들의 위기의식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갑자기 호황을 누린 K-뷰티 산업이 가진 취약점이 불거졌을 수도 있다.

현장의 목소리와 그리고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이들이 현재의 문제점들을 함께 극복하는 노력이 현 시점에는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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