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입국 대한민국호'가 흔들리고 있다. 경상수지가 4월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의 대표선수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시장이 흔들리면서 전체 수출전선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수출에 의존한다. 한국은 독일(55.4%) 다음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올 들어서 우리의 수출이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더 급격하게 꺾이고 있어 여간 큰 걱정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 부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비중이 높다 보니 수출 감소 폭이 더욱 크다. 반도체와 선박, 석유제품이 각각 두드러지게 줄었다.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전체 수출의 1등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경우 작년 말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세와 수요 부진으로 25% 정도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물량은 유지되면서 반등 기대감을 키워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량마저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2년부터 보란 듯이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이 와중에 4월 '외국인 배당시즌'이 겹치면 해외 자본유출이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지면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 자본유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수입물가 상승, 해외자금 조달 난항 등 이른바 '다중위기'가 엄습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요청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인 근로시간제에 대해 정면 비판한 사실을 바로 보아야겠다. 2년 새 29% 넘게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되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하기도 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분석이 눈길을 끈다. 투자 사이클 약화와 글로벌 무역 감속이 경제 모멘텀을 해쳤다고 전제, 고용 성장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고 적시한 점이다.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을 경쟁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겠다. 무디스는 우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정책을 직접 거론, 단기적으로 투자 등 내수에 부담을 주고 인건비를 높여 일자리 감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실패한 경제정책을 전환,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게 순서일 것이다. 내수도 수출도 일자리 창출도 가져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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