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국회가 개헌에 대한 국민 열망을 수렴하는 긍정적 자세가 요청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10일 제안한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결코 늦지 않았다.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으로 개헌은 소명이며 책무다. 제20대 국회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시 용기를 내주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이 제기한 개헌 당위성은 공감대가 작지 않다. 현재 우리 정치 시스템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승자독식 구조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 사고, 대결적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에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 소선거구제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이 일상화 됐다.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가 실종됐기에 정치 회복과 민생을 위해서도 개헌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곧 국정운영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틀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여야 간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제로섬 게임을 조장하는 현행 소선구제를 비롯한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개헌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는 이미 이뤄진 바 있다. 과제는 시기와 권력구조, 선거구제, 지방분권 등 산적해 있다. 특히 세계화·지방화시대에 걸맞게 지방분권적 개헌이 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 관계가 아닌 협치를 통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선결요건이다.

또한 '정권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헌법 아래에서 대결의 정치로 30년을 보내는 동안 한국은 저성장·양극화, 저출산·고령화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단임에서 연임으로 원 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가 다르기에 불규칙하게 대선, 총선이 치러지는 '이격 현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 임기를 같게 만든 뒤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총선을 그 사이에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 안정효과가 기대된다.

개헌은 표의 등가성을 담보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참고로 할 만하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2014년 10월)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제안했다. 현행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 국회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해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비례대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도록 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얻지 못하면 권역별로 의석 부족분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여하튼 시대에 맞는 개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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