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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의 세상만사] 유전무죄 무전유죄나경택 칼럼리스트
  • 나경택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4.15 12:50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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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택 칼럼니스트
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A 씨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며 '돈고생'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적폐로 찍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비용을 마련해야 해서다. 2년째 재판을 받으며 쓴 변호사비는 1억 원 가까이 된다. 그나마 오랜 고향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맡아준 덕분이다. 그 돈으로는 서초동에서 수사기록 한 번 읽는 데 보름 이상 걸리고 2, 3년씩 재판을 해야 할 사건을 맡겠다는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웠다.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기소된 사법농단 사건 변호인 중에 대형 로펌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수임료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대형 로펌은 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타임 차지'를 하는데 법원장·검사장 출신은 시간당 80만∼100만 원, 부장판사·부장검사급은 50만∼70만 원 선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처럼 기록만 20만 쪽에 달하고 공소사실이 복잡하면 최소 5∼8명의 변호사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십억 원대다. 그래서 기소된 법관들은 수임료가 싼 실무형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론 준비를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도 변호사비가 수억 원씩 필요해 집을 처분하기도 한다.

수임료를 마련해도 검찰과 맞서기는 쉽지 않다. 무죄를 받으려면 검찰 논리를 깰 새 증거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수십 명의 검사가 달라붙는 대형 정치 사건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도 수사기록에 짓눌려 검찰 공격을 방어만 하다 재판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변호사는 "기록 중 상당 부분은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간접증거지만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어 품이 많이 든다"고 했다.

형사재판은 일반인에게는 아예 가시밭길이다. 변호사비 마련도 문제지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수임료를 부르는 변호사 중 누구 손을 잡아야 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법원 판결문 자체가 비공개여서 변호사의 승률조차 모른 채 '깜깜이' 선임을 해야 한다. 피고인과 가족이 수사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고통을 받는 현실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밝히고 있다. 형사소송법 33조는 피고인의 구속됐거나, 미성년자·70세 이상·농아자·심신장애 의심이 있거나,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됐는데 변호인이 없을 경우 법원이 변호인을 직권 선정토록 했다. 경제적 사유로 변호인을 못 구한 경우도 피고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변호인을 붙여줄 수 있다.

국선변호인은 '너목들'의 장혜성처럼 국선 사건만 맡는 국선전담변호사와 다른 사건도 수임하는 일반 국선변호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법원의 위촉으로 월급 형식의 정액 보수를 받고, 후자는 건별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일단 선정되면, 피고인의 범행수법이 잔인하다거나 피고인과 소신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는 사임할 수 없다. 헌법이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1975년 55일에 걸쳐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김대두조차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들이 연이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5인 모두 국선전담변호사다. 이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접견조차 거부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변호)하라"며 압박한다.

빈털터리 범죄자는 징역 20년을 살고, 부자 범죄자는 징역 10년을 산다면 그 사법 시스템이 정의롭다 말할 수 있을까! 입법자가, 그리고 그 권한을 위임한 국민이 무엇이 정의로운지 정해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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